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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정상회담 실패 없다

중앙일보 2015.11.07 00:33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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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도쿄총국장

2일의 한·일 정상회담을 전한 일본 방송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과 태도에 주목했다. 주로 세 개의 장면을 비교했다. 첫째는 박 대통령의 2013년 3·1절 기념사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는 영상이었다. 둘째는 지난해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어 인사말을 박 대통령이 본척만척하는 장면이었다. 마지막은 박 대통령이 이번에 아베 총리를 청와대로 안내하면서 기념촬영 등을 하는 모습이었다. 한 방송은 1일 한·중·일 정상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는 네 번, 리커창 중국 총리는 한 번만 봤다고 분석한 영상도 내보냈다. 박 대통령의 대일 자세가 전보다 누그러졌다는 점을 비쳐주는 보도가 아니었나 싶다.

 한·일 정상회담은 대일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영상이 펜보다 강한 시대라고들 하지 않는가. 외교도 결국은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서 출발한다.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상호 신뢰가 반목과 의구심을 대체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에 대한 국민감정이 최악인 지금, 정상회담만 한 공공외교는 찾기 힘들다. 위로부터 관계가 풀려야 교류와 협력이 동력을 얻는다. 아베 1강 체제의 일본은 더욱 그렇다. 거대 권력집단인 일본 관료사회나 재계는 지금 아베 총리만 쳐다보고 있다. 정상끼리의 만남은 다다익선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의 첫걸음도 내디뎠다. 정상회담 없는 실무협의와 정상회담의 추인을 받는 협의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후 여러 뒷말이 나오는 것은 3년 반의 공백이 가져온 불신의 후유증일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달 다자외교 무대를 통한 양자 정상회담은 계속돼야 한다. 사전 조율을 거치는 정상회담은 실패할 확률이 가장 낮은 협의체다.

 모처럼의 정상회담 합의를 살리려면 세심한 관리가 불가결하다. 양쪽 지도급 인사들에겐 언력(言力) 정치가 요구된다. ‘과거 직시, 미래 지향’의 여덟 자와 같은 수사의 미학이 필요하다. 주변에선 ‘지방 방송’을 꺼야 한다. 말 한마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디지털 시대에 위에서 불신의 씨앗을 뿌려선 곤란하다. 일반인에게 둔감력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한·일 관계의 새 비전도 찾아봐야 한다. 양국은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관계라는 프리즘을 통해 서로를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양자 관계가 왜소화되면서 복잡해진 이유다. 중국의 부상,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전략 대화가 필요하다. 통일은 그물망 외교에서 잉태된다. 동시에 실생활과 직결되는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싶다. 청정에너지 분야 협력을 통한 한·일 간 녹색동맹(Green Alliance)은 아시아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 양국은 인구 감소·고령화·지방 소멸의 공통 과제도 안고 있다. 경험 공유나 협력의 소지가 없을 수 없다. 현상을 타파하는 출발점은 상상력과 비전이다.

오영환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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