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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 ⑫ 코네(KONE)] 더 높게, 더 빠르게 “기술력 UP~”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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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ONE Corporation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민영환은 1896년 캐나다 벤쿠버의 한 호텔에서 생애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그는 기행문에 ‘5층 건물을 오르고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을 헤아려 아래층에 한 칸의 집을 마련해 전기로 마음대로 오르내리니 기막힌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남길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은 그로부터 14년 후인 1910년 들어서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은행(현 화폐금융박물관)에서 화폐 운반을 위해 수압식 승강기를 설치한 것. 승객이 타는 전동식 엘리베이터는 그보다 늦은 1914년 조선호텔에서 처음 선보였다.

100년 역사 자랑하는 엘리베이터 전문 업체 ... 초고층 건물에 이동거리 1km 승강기 설치

국내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던 1910년 바로 그때 핀란드에서는 엘리베이터 전문 기업인 코네(KONE)가 탄생했다. 핀란드 에스포에 본사를 둔 코네는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 등을 제조·판매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40여개국 800여곳에서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며 전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린 핀란드 대표 기업이다. 코네는 이번 발표에서 유럽 기업 가운데 5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승강기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출발은 1908년 핀란드 헬싱키에 문을 연 ‘타르모(핀란드어로 활력)’라는 이름의 작은 기계수리점이었다. 타르모 주인은 단순히 고장난 기계를 손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기계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핀란드어로 ‘기계’를 뜻하는 코네(KONE)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주인은 얼마지 않아 회사 지분을 사업가인 고프리드 스트룀베리에 팔아넘겼다. 스트룀베리는 전동모터·기구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술자였다. 그는 이웃나라 스웨덴 기업과도 무역 활동을 펼쳤는데, 그중 하나가 ‘그레임 브라더스 엘리베이터’였다. 코네는 이 업체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핀란드에서도 엘리베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브스 선정 2015 ‘세계 100대 혁신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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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창립하던 당시 핀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식민지였다. 제 1차 세계대전 발발 때 코네는 전쟁을 위한 무기와 탄약을 생산해야 했다. 초창기 멤버 10명에 불과했던 작은 회사는 무기를 생산하면서 직원 수가 600여명으로 불어났다. 전쟁이 끝나고 핀란드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했고, 코네 역시 그레이엄 브라더스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엘리베이터 사업을 접을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스트룀베리는 기존 주력 사업이던 모터 대신 엘리베이터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전문가를 대거 채용하고,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맡고 있던 로렌즈 페트렐을 사장직에 앉혔다. 페트렐은 그 후 20년간 경영을 펼치며 엘리베이터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다졌다.

코네는 1919년 회사 내 단 한대의 기계로 총 다섯 대의 엘리베이터를 생산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탄생한 코네의 제품을 두고 핀란드에서조차 이 회사의 기술력에 기대를 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생산된 코네 엘리베이터는 이미 미국 등 해외 선진 업체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전후 가난을 씻지 못한 핀란드에서 엘리베이터에 대한 수요는 미미했다. 엘리베이터 제조만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한때 일상 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램프와 커피분쇄기, 스케이트날과 같은 다양한 공산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몇 년의 암흑기를 보내던 1924년 핀란드 경제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그동안 1년에 서너대를 파는 게 고작이던 코네는 핀란드 경제 발전에 힘입어 한해 100여대의 엘리베이터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또 다시 위기가 닥쳤다. 스트룀베리가 전후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들인 탓에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 덩치를 키우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연구·개발(R&D)을 등한시한 탓에 해외 경쟁 업체와의 기술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었다. 수렁에 빠진 코네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사업가 해럴드 헤린이었다. 헤린은 스트룀베리로부터 회사를 사들여 부채를 해결한 후 2대 회장직에 앉았다. 이후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을 옮기고, 생산량을 1년에 200대로 늘렸다. 1928년 한 해만 320대의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해 헤린의 아들 헤이키 역시 이사회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핀란드뿐 아니라 독일·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는데, 이는 훗날 코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해외 진출로 작은 내수시장 한계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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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쇼핑센터에 설치된 코네 에스컬레이터.

1930년대 들어서자 코네는 핀란드 엘리베이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구 500만명에 불과한 핀란드만 바라보기에는 내수시장이 너무 작았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1년에 100대를 팔기도 어려워졌다. 가업을 이어받은 헤이키 헤린은 엘리베이터 생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산업용 크레인과 전기모터 등으로 다시 제품군을 넓혔다. 그러나 여전히 주력사업은 엘리베이터와 크레인이었고,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진출 10여년 만인 1939년 코네는 역대 3000번째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며 건재를 알렸다.

가업을 이어받은 헤린가의 3대 경영인, 페카 헤린의 사업 스타일은 아버지 헤이키처럼 공격적이었다. 그는 경영에 참여하자마자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유럽 지역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인수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는 당시 유럽 최대 시장인 프랑스와 벨기에를 장악하고 있었다. 규모 면에서도 코네를 앞질렀지만 무엇보다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1974년 웨스팅하우스 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코네는 유럽을 넘어 글로벌 경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코네는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미국 오티스와 스위스 쉰들러, 독일 티센크루프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03년 취임한 안티 헤린 회장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4대째 승계하며 250여 업체와 신뢰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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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가 2013년 개발한 울트라로프. 탄소섬유 소재로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코네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협력 업체와의 끈끈한 결속력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코네는 자국 중소기업 250여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대부분 20~3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코네는 하청 업체를 두고 ‘형제 기업’이라고 표현한다. 헨릭 에른루스 코네 대표는 “안전성이 최우선인 엘리베이터 산업에서 협력 업체와의 유기적인 파트너십은 필수”라며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 걸맞은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려면 협력 업체와 공동 신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 덕분에 새로운 업체를 발굴하거나 기술 이전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핵심 부품 협력사를 300㎞ 이내 위치하도록 해 물류비와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는 본사 기술진을 직접 파견하거나 상주시켜 신속한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엘리베이터 산업은 인공지능 관제 시스템과 초고속 이동장치 등 신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산업 특성을 감안해 코네는 협력 업체 신기술 개발비 확보를 위해 납품가를 무리하게 깎는 것을 삼가고 있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코네 구매 관리 부서가 먼저 조사에 나서 적정 납품가를 결정한다. 핵심 부품의 경우 경쟁 입찰을 피해 협력사의 출혈경쟁을 막는다. 대신 회계장부를 펼쳐놓고 협상할 만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상호 간 만족스러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코네는 협력사와 계약할 때 기간을 3~5년으로 명시해 일방적인 납품 중단을 지양한다. 계약기간 중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납품 관계는 지속되지만 장기간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이 없는 업체는 냉정하게 자른다. 협력 업체 역시 이미 납품한 부품이라도 결함이 발견되면 큰 손해를 감수하고 전량 리콜할 만큼 신의를 지킨다. 이같은 파트너십은 핀란드 내에서는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관계다. 핀란드 기업은 기업간 신뢰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깔려있다. 이는 인내와 정직을 미덕으로 여기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핀란드의 아너시스템(Honor system)에서 비롯됐다. 핀란드는 1155년부터 600년 넘게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에는 100년 동안 러시아 식민통치하에 있었다. 이때문에 상생만이 살 길이라는 민족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수도인 헬싱키 인구도 120만명에 불과해 어지간한 사업 파트너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탄탄한 협력 업체를 바탕으로 성장한 코네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우수한 기술력이다. 우리가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는 알고 보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기계다.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 한 대에는 윈치(권상기·밧줄을 감거나 풀어 탑승칸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치)와 비상정지장치·조속기·완충기·제동기·도어 인터록 등 100여개의 안전장치와 3만개 부품이 들어간다. 자동차 부품이 볼트까지 포함해 2만여개인 점과 비교해보면 승강기 구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처럼 많은 기계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 등 건물 옥상에는 이를 보관하기 위한 기계실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미관상 좋지 않고,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최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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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완공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 킹덤 타워. 코네는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될 이곳에 엘리베이터를 공급한다. / 사진:KONE Corporation

코네는 1995년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소형 에코디스크 머신(윈치)을 탑승차가 오르내리는 승강로 내부에 설치해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를 개발한 것. 이 기술의 개발로 불필요한 기계실을 없앨 뿐 아니라 건축비와 공사기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진 주로 기계실을 설치하기 곤란한 지하철 역사나 육교, 상업용 건물 등에 설치해 우리나라 승객용 엘리베이터 10대 중 1대만이 MRL승강기다. 그러나 기존 설비에 비해 50~60%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고, 제어성능은 물론 승차감도 뛰어나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 등에 설치되는 승강기 3만여 대 중 30% 이상이 MRL승강기다. 현재 전 세계 MRL승강기의 60%는 코네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네는 지난 2004년 국내 업체인 수림 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서 한국 지사를 세우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성과 부진과 비용 감축 등을 이유로 생산공장을 중국 등지로 이전하면서 한국 지사는 설립 7년 만인 2011년 폐쇄됐다.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중국에서는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중국 전역의 주요 성을 연결하는 46개 고속 철도역사에 400대가 넘는 승강기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주택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매년 3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49만여대의 승강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에서 코네는 시장점유율 17%를 차지하며 1위 업체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물 건축 경쟁이 벌어지면서 엘리베이터 업계 최대 화두는 더 빠르고 더 높이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코네 역시 2013년 엘리베이터의 이동거리를 기존 500m에서 1km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탄소섬유케이블 ‘울트라로프’를 개발하며 초고층 건물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 가닥의 탄소 섬유로 이뤄진 울트라로프는 혁대와 같은 모양으로 약 4mm의 두께, 4cm 너비의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는데, 고마찰 코팅을 입혀 기존 강철로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이 특징이다. 코네 측은 “2004년 기초실험을 마친 후 9년에 걸친 안전실험을 통해 품질을 안정화시켰다”고 밝혔다. 울트라 로프가 처음 설치된 곳은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제 3타워다.

코네는 울트라로프를 내세워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들어서는 킹덤 타워의 엘리베이터 공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높이 3280피트(약 1km)에 달하는 킹덤 타워가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될 전망이다. 이전 기술로는 지상 500m 이상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없어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할리파는 두 개의 엘리베이터로 연결돼있다. 때문에 최상층에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내려 한번 갈아타야만 한다. 헨릭 에른루스 대표는 “1km 이상 높이로 건설되는 킹덤 타워 내 805m를 오르내리는 더블덱 엘리베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가벼우면서 강하고, 빠르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코네의 기술력이 집약된 엘리베이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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