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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청년희망펀드가 희망 주려면

중앙일보 2015.11.06 01:01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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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최근 가장 주목받는 펀드는 금융회사가 몰린 여의도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며 만든 ‘청년희망펀드’다. 박 대통령이 개인 재산 2000만원과 월급의 20%를 매월 기부하기로 하자 각계각층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펀드를 운영하는 청년희망재단은 5일 현판식을 열고 이날까지 8만4000여 명이 604억원의 기부금을 냈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도 줄줄이 동참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0억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150억원), 구본무 LG 회장(70억원), 신동빈 롯데 회장(70억원), 최태원 SK 회장(60억원), 허창수 GS 회장과 박용만 두산 회장(각각 30억원) 등이 잇따라 기부 의사를 밝혔다. 해당 회사 임원진도 기부에 동참해 올해 말까지 10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희망 펀드가 청년실업에 대한 기성세대의 우려와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 펀드만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는 올해에만 청년 취업난 해소에 1조8000억원을 썼다. 그런데도 취업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펀드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정부의 예산 집행 효율성도 이참에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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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성공회대 김서중(신문방송학) 교수는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마련하는 건 일회성이고 보조적인 대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역시 펀드 기부로만 그쳐선 안 된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부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펀드는 다수로부터 모은 돈을 전문가가 운용해 수익을 내는 간접 투자 상품이다. 희망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계획과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희망 펀드 사업계획서에 명시한 사업 목적은 청년 취업 기회 확대, 구직 애로 원인 해소, 민간일자리 창출 지원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는 외침만 있지 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쓰겠다는 계획이 빠졌다.

 동국대 임승빈(행정학) 교수는 “청년희망펀드가 전시 행정이 되지 않도록 펀드로 모은 돈을 기존 정부 사업과 겹치지 않는 곳에 효율적으로 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에게 재단 운영을 맡겨 청년 취업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희망 펀드에 얼마나 많은 돈을 끌어모을지와 상관없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교한 전략부터 짜야 한다. 기왕 시작한 만큼 첫 단추부터 잘 꿰서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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