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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마저 배출가스 조작 파문

중앙일보 2015.11.03 18:35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이번엔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를 강타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2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이 2014~2016년형 3000cc급 폴크스바겐, 포르셰, 아우디 모델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검사 결과 조작 장치를 부착했다고 발표했다.

EPA에 적발된 차량은 2014년형 VW 투아렉, 2015년형 포르셰 카이옌, 2016년형 아우디 A6 콰트로, A7 콰트로, A8, A8L, Q5 모델이다.

미국에서 팔린 이들 차량은 약 1만 대다. 지난 9월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부착 차량이 1100만 여대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규모다. 그렇지만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3000cc급 대형 고급 차량으로 조작 파문이 번진 점이다. 그동안 EPA는 2009~2015년형 2000cc 모델에 대해서만 배출가스 조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들 차는 대부분 대중 보급형이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차량은 폴크스바겐이 기술력을 자랑하는 최상위 브랜드인 포르셰와 아우디다.

뉴욕타임스(NYT)는 “고급 브랜드가 마진율이 높다는 점에서 포르셰와 아우디는 폴크스바겐의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새로운 발표로 폴크스바겐의 재정과 명성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폴크스바겐 브랜드가 북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달리 포르셰와 아우디는 승승장구해 왔다. 특히 북미는 포르셰의 최대 시장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또다시 리더십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 폴크스바겐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로 투입된 마티아스 뮐러 현 폴크스바겐 그룹 CEO가 직전 포르셰 사업부문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뮐러가 그룹 역사상 최대 난국을 타개할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애널리스트들은 뮐러가 문제의 차량이 개발된 2007~2010년 폴크스바겐의 생산계획 부문 책임자였다는 이유로 위기 해결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해온 터였다.

폴크스바겐 측은 “배기가스 결과를 바꾸기 위해 3000cc 디젤 엔진에 어떤 소프트웨어도 설치하지 않았다”며 EPA의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포르셰 측도 EPA의 발표에 대해 “포르셰 카이옌의 디젤은 규정을 완벽히 준수하고 있다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EPA의 발표는 아주 구체적이다. 배출가스 테스트를 받을 때는 유해성 기체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낮췄다가 테스트가 끝나면 즉시 모드를 전환했고, 그 결과 질소산화물을 EPA 허용치의 최대 9배까지 방출했다는 것이다.

EPA 집행국의 신시아 자일스는 “폴크스바겐이 다시 한번 미국의 청정대기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심각한 문제에 대해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셰와 아우디는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차종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포르셰 판매량은 3138대로 집계됐다. 아우디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3.05%로 4위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팔리고 있는 포르셰와 아우디에 대해서도 배출가스 조작이 있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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