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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JUNG을 JEONG으로? 법원 "여권 영문이름 철자 쉽게 바꿔선 안돼"

중앙일보 2015.11.0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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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남성이 여권의 영문성명을 바꾸려고 소송까지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의 영문이름이 한글 발음과 명백하게 불일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영문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오모(31)씨는 2000년 자신의 이름에서 ‘정’을 ‘JUNG’으로 표기해 여권을 발급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면서 외교부에 ‘JUNG’을 ‘JEONG’으로 변경해달라고 했다. 외교부는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오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오씨는 재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ㅓ’는 ‘eo’로 표기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JUNG으로 표기한 것은 한글 발음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문성명이 변경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활동할 때마다 여권의 인물과 자신이 동일인임을 계속 입증해야 할 처지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3일 오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권법 시행령의 영문성명 정정·변경 사유는 ▶영문성명이 한글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국외에서 여권과 다른 영문성명을 취업, 유학 이유로 장기간 사용해 그 영문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 ▶영문성명의 철자가 명백하게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경우 등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권에 수록된 한글 이름 ‘정’은 JUNG, JEONG, JOUNG, CHUNG 등 다양하게 표기돼 있고, JUNG으로 표기된 비율이 약 62.22%에 이르는 반면 JEONG은 28.25%에 불과하다”며 “자음+U+자금 조합의 영단어에서 외국인들이 U를 ‘ㅓ’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을 JUNG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한글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영문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에서 출입국 심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우리나라 여권의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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