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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절반 인하 … 영세상인 내년 140만원 절약

중앙일보 2015.11.03 01:55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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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가 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영세?중소가맹점에 가장 큰 혜택을 주는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나성린 민생119 본부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정훈 정책위의장, 김용태 정무위 간사,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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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3년여 만에 큰 폭 인하된다. 특히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현재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다. 일반가맹점과 대형업체들이 부담하는 수수료율도 덩달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일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를 통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확정하면서다. 방안은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시행된다.

연 매출 2억 이하면 1.5% → 0.8%
2억~3억이면 1.3%로 떨어져
238만 가맹점 연 6700억원 혜택
카드사 “수수료가 수입 절반인데”
부가서비스·포인트 축소 우려도

 이번 조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 곳은 영세·중소가맹점이다. 연 매출 2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결제액의 1.5%에서 0.8%로, 연 매출 2억 초과~3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 낮아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내려간다. 영세가맹점은 1.0%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각각 0.5%포인트 낮춘다. 이렇게 되면 연 매출 2억원인 영세가맹점은 연간 최대 140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준다는 게 금융당국의 추산이다. 연 매출 3억원인 중소가맹점이라면 최대 210만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연 매출 3억 초과~1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은 원칙적으로 수수료율을 카드업체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역시 현재 2.2%에서 1.9%로 0.3%포인트 내려갈 것이란 추정치를 내놨다. 카드업체들이 사실상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매출이 10억원이 넘는 대형업체의 수수료율은 현재 평균인 1.96%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은 신용카드사에는 ‘갑(甲)’”이라면서 “수수료율을 내리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박하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가맹점을 제외하더라도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가맹점들은 연간 67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던다. 규모별로는 영세·중소가맹점이 4800억원, 일반가맹점은 1900억원을 덜 내게 된다. 금융위는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238만 곳의 97%가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수수료율 인하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소상공인단체를 중심으로 높은 카드 수수료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국회는 법을 개정해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을 시행령에 못 박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법 개정 이전 1.8%에서 1.5%로 내려갔다. 수수료율 재산정은 3년마다 이뤄지고, 원칙은 ‘적정 원가’다. 그러나 카드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의 구조상 재산정은 사실상 ‘정치경제학’ 차원에서 이뤄진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재산정 시기가 오자 올 국정감사장에선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대폭 인하를 요구했다. 게다가 “금융개혁의 국민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으로서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로 인해 인하 폭은 당초 논의되던 0.5%포인트 수준보다 확대됐다. 이날 당정협의 이후 김용태 새누리당 정무 정조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과거 카드 수수료율 인하 때와 비교해 인하 폭이 상당히 크다”며 “매출 규모는 연 3억~5억원에 이르지만 속사정은 어려운 일반가맹점도 수수료율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인하를 카드사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보고 있다. 금융위 윤창호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카드사가 자금을 마련할 때 드는 비용이 줄었고, 대형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금지로 추가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2012년 수수료율 인하 이후에도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는 것도 대폭 인하를 결정한 배경이다. 카드 결제액이 매년 증가하면서 수수료 인하 효과를 상쇄한 셈이다. 관가에선 “법으로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데다 소득공제 등 정책적으로 시장을 키워 온 만큼 카드사들도 부담을 져야 할 명분이 있다”는 논리도 나온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가 신용카드사 전체 수입의 절반(49.5%)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서다.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결제액 증가 속도도 예전만 못하다. 한 카드사 임원은 “당국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수수료율을 올려야 한다”면서 “정치권 등쌀에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맹점은 부담을 덜었지만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없애거나 각종 포인트 적립, 이벤트 할인 등을 줄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새로 나오는 부가서비스는 현재 5년인 의무 유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신진창 중소금융과장은 “국내 카드 시장이 해외에 비해 마케팅이 과도한 면이 있고, 그 부담을 가맹점들이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염지현·정종문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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