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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햄·고기 우려 수준 안돼 … 10~30대 소비 증가는 문제”

중앙일보 2015.11.03 01:41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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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햄·소시지 등 가공육과 쇠고기·돼지고기 등 붉은색을 띠는 고기를 발암물질로 분류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재 한국인의 섭취량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고 2일 발표했다.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고 축산업계 등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가 진화에 나섰다.

하루 가공육 7g, 적색육 64g 섭취
WHO가 제시한 기준 크게 밑돌아
10대 가공육, 2030 남성 고기 즐겨
식생활 안 바꾸면 앞으로 위험


 식약처는 2010~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인의 하루 평균 가공육 섭취량(6g)과 붉은 고기 섭취량(61.5g)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섭취 위험 수준을 밑돈다는 것이다. IARC는 지난달 27일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확실한 물질)로 분류하고, 하루 50g 이상 섭취하면 대장암·위암 등 암 발생률이 18%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붉은색을 띠는 고기에 대해서도 2A군의 발암물질(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하고 하루 100g 이상 섭취하면 대장암·췌장암 등 암 발생률이 17%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하루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량을 합해도 외국의 권장 섭취량(영국 70g, 호주 65~100g) 수준이다. 식약처 손문기 차장은 “IARC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가공육을 먹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가공육 섭취량은 2010년 5.9g에서 2013년 7.2g으로, 붉은 고기 섭취량은 같은 기간 62.2g에서 64.4g으로 각각 늘었다. 식약처는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육류 소비 패턴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20~30년 내 위험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층의 섭취량이 높다는 점도 향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가공육은 10대 청소년층이, 붉은 고기는 20~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10대 여성은 하루 평균 11.2g, 남성은 18.2g의 가공육을 섭취했다. 붉은 고기의 경우 20대 남성은 하루 평균 112.4g, 30대 남성은 106.8g을 섭취했다. 이상아 강원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40대 이상은 어린 시절 가공육 섭취를 별로 하지 않았던 세대라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금 10대들이 중장년층이 됐을 때 가공육을 좋아하는 입맛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섭취량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붉은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20~30대 남성은 한창 활동할 시기인 만큼 당장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양을 먹더라도 직접 불에 굽기보다는 수육 등을 해서 채소와 곁들여 먹는 식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전한 섭취량의 기준은 현재까지 명확하지 않다. IARC도 “안전한 섭취량에 대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암 발생이 걱정된다면 덜 먹는 게 좋다”는 정도로만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는 “ 국민의 식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있고 가공육과 붉은 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께 국민 건강을 위한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이지현 인턴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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