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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공격해 항쟁 유도 … 에르도안 총선 전략 통했나

중앙일보 2015.11.03 01:35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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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 시민이 전날 총선에서 승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온 신문에 입을 맞추고 있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49.4%를 득표했다. [이스탄불 AP=뉴시스]

터키의 집권당이 1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했다. 6개월 만에 다시 과반을 차지해 단독 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조기 총선 카드가 통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양극화 행보’에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조기 총선서 집권당 49% 압승

 이날 총선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49.4%를 득표했다. 자체 역대 최고 득표율인 2011년의 49.8%에 육박한다. 전체 550석 중에서 과반인 316석을 차지했다. 뒤이어 공화인민당(CHP·134석)·인민민주당(HDP·59석)·민족주의행동당(MHP·41석) 순이다.

 불과 5개월 전 AKP는 258석(40.7%)을 얻는 데 그쳤다. 13년 동안 동안 단독 정부를 구성했던 전력을 감안하면 참패로 여겨졌다. 더욱이 그 이후 야당들의 손사래에 연정 파트너를 구할 수도 없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기 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그 무렵부터 AKP 정부는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그 여파로 PKK가 휴전 선언 2년여 만에 무장 항쟁을 재개했다. PKK 조직원 2000여 명이 숨지고 군인과 경찰관 150여 명 사망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2건 발생해 민간인 130여 명이 숨졌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공권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은 “안정을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드로안 대통령 자신이 투표 사흘 전에 “세계적으로 안정된 사회에는 연립 정권을 볼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선거 막판까지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결과적으론 여론조사가 틀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맞은 셈이다. AKP는 극우 성향의 민족주의행동당(MHP)를 제물로 삼았다. MHP의 의석은 6월에 비해 39석이 줄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나온 후 “터키의 통합과 보전을 위한 강한 열망이 반영된 선거”라고 말했다. AKP 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 승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승리”라며 “우리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신이 축복을 주셨다”고 말했다. 또 “이 나라의 누구도 패배해서는 안 된다. 오늘 패자는 없으며 모두가 승자”라고 했다. 무슬림인 그는 트위터에 ‘엘함듀릴라흐’(신에게 찬양을)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가 더 분열된 터키를 통치하게 됐다는 게 서구 언론의 시각이다. 시민 운동가인 칸 육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과 공포란 에르도안의 전략은 통했지만 자유와 법에 의한 통치, 민주주의는 희생됐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에르도안이 불지핀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탄압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 야당들로선 AKP가 개헌을 요구할 수 있는 선(320석)까지 도달하지 못한 데 위로를 얻는 듯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목표가 명실상부한 대통령제로의 개헌이어서다.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전국에서 10% 이상을 득표, 6월에 이어 이번에도 원내 진출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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