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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옷이 말을 건다, 스마트웨어

중앙일보 2015.11.03 01:29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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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체중이 1㎏ 늘어났는데요? 살 좀 빼야겠어요.”

체온기·체중계·보일러·지갑 …
다 필요없어, 이 옷만 있으면


 “오늘 데이트에서 만난 분이 마음에 드시나 봐요. 심장이 쿵쾅거려요.”

 당신의 옷이 이렇게 말을 걸어올 날이 멀지 않았다. 이른바 ‘스마트 웨어(smart wear)’로 불리는 똑똑해진 옷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섬유기술이 한데 섞이면서 심박 수는 물론이고 칼로리와 심전도 같은 생체정보를 인식해 알려 주는 옷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옷소매에 장착된 칩을 통해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이색 옷도 등장하고 있다.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색상에만 신경 썼다면 이젠 다양해진 옷의 ‘기능’까지 섬세히 살펴 옷을 사야 하는 시대로 들어선 셈이다.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를 파악해 주는 똑똑한 겨울 재킷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옷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데다 위치 추적도 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달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선보인 ‘야크온 H’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2일 “옷의 등 안쪽에 발열섬유를 넣고 재킷 안쪽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휴대용 장치인 ‘히팅 컨트롤’을 부착해 재킷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별도 앱을 내려받은 뒤 블루투스로 옷에 연결하면 절전과 쾌적, 따뜻, 파워 4단계로 온도를 바꿀 수 있다. 발열재킷은 총 3종으로 B5XP9이 150만원, 휴대용 장치는 12만원에 별도 판매한다. 박정훈 블랙야크 부장은 “발열재킷의 뛰어난 보온성은 겨울철 추운 날씨에도 야외활동을 하는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발열섬유를 처음 내놓은 곳은 코오롱글로텍이다. 코오롱은 2008년 섬유에 전자회로를 인쇄해 전류를 흐르게 한 전자섬유인 ‘히텍스’를 내놓은 바 있다. 히텍스는 35~50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라이프텍’ 재킷에 적용(2008년)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발열섬유가 국내에서도 개발되면서 섬유를 통한 디스플레이와 입는(wearable) 컴퓨터로 국내 패션 시장도 바뀌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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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보기술(IT) 업체인 시스코에 따르면 입거나 손목에 차거나 하는 모든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세계 시장은 2013년 2200만 개에서 2018년엔 1억7700만 개로 약 8배 늘어날 전망이다. 확대일로인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의류 시장이다. 김진희 KOTRA 도쿄무역관은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습관을 파악하고 스포츠 활동을 하는 데 생체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전문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라베이스도 “2015년엔 의류에 센서를 부착해 이용자의 심박 수와 신체 사이즈,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현하는 스마트 웨어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똑똑한 옷’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랄프로렌이 폴로(polo) 브랜드로 내놓은 폴로테크셔츠가 대표 주자다. 가격은 295달러. 셔츠 중간 부분에 특수섬유 소재로 만들어진 측정기를 부착했다. 심박 수나 호흡, 스트레스 수준과 이동거리, 운동 강도 같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입력된 정보는 셔츠에 있는 소형 단말기에 기록돼 무선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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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패션 브랜드인 라일앤스콧(Lyle & Scott)은 지난 9월 영국 신용카드 회사와 손잡고 스마트 재킷을 선보였다. ‘콘택트리스 재킷(contactless jacket)’으로 이름 붙여진 이 옷은 250달러로 소매에 비접촉식 결제시스템 칩을 넣었다. 결제기에 소매를 갖다대는 것만으로 물건 값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머니 속 지갑을 꺼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의류 업체들이 전자섬유와 소형 칩을 옷에 내장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고 있다면 섬유 회사들은 아예 신(新)소재 개발로 옷감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도레이다. 철보다 강한 섬유인 ‘탄소섬유’를 만들어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도레이는 지난해 1월 일본의 NTT와 함께 ‘히토에’란 새 소재 개발을 발표했다. 이 옷감은 입는 것만으로 심박 수와 심전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세탁을 해도 오랫동안 생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 NTT의 자회사인 도코모 헬스케어를 통해 스마트폰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도레이는 이 섬유에 대해 “최첨단 섬유 소재인 나노섬유 원단에 고전도성 수지를 특수 코팅해 일상생활에서 생체정보를 간단하게 계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레이 관계자는 “설계기술을 활용해 늘어나는 스트레치 소재를 쓰고 있다”며 “이런 기술을 융합해 착용감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체형도 커버할 수 있어 안정적인 생체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일본의 5대 건설회사 중 하나인 오바야시구미는 이 기능성 소재인 히토에로 작업복을 제작해 공사현장에서 직원들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OTRA는 “현장 작업자의 발열이나 스트레스, 피로도를 파악해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섬유회사인 일본 데이진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 초 간사이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압전(壓電)섬유’가 대표적이다. 이 섬유는 접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신호로 바꿔 줘 옷을 입은 사람이 움직이는 그대로를 컴퓨터로 재현할 수 있다.

 의류 속에 장착 가능한 배터리 역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가 선보인 차세대 제품인 ‘스트라이프 배터리’는 자유자재로 휘어져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지금으로선 목걸이나 헤어밴드로 쓰이거나 옷·모자에 부착하는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업계는 기술 발달로 ‘섬유’나 옷감 형태의 배터리가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트라이프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SDI 배터리연구소의 서준원 수석연구원은 “IT와 섬유기술이 융·복합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SDI도 기존의 고정된 형태가 아닌 구부러지거나 휘는, 플렉서블(flexible) 배터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스마트 섬유=심박 수나 체온과 같은 인체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된 섬유. 각종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IT(정보기술) 신기술이 섬유에 적용돼 부가가치가 높은 게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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