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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70년대 강남처럼 … 평양도 아파트 건설이 최고의 재테크

중앙일보 2015.11.03 01:16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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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4년 10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 이 아파트는 2개동 46층으로 김책공업종합대학 인근 평양 대동강변에 건설됐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에서 개인투자자(돈주)에 의한 아파트 건축이 최고의 재테크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와 개인 합작투자가 대부분
땅값 안들고 인건비 싸 3배 이윤
거간 통해 매매 … 500달러 웃돈도
주택부족 심해 당국도 눈감아줘


 북한의 주택엔 단계가 있다. 최고급주택인 특호주택(고급단독주택)은 당·정·군 고위간부들 몫이다. 4호주택(신형고층아파트)은 중앙당 과장급 및 정무원 국장급, 인민배우, 대학교수, 기업소 책임자 등에게 돌아간다. 3호주택(신형아파트, 중급의 단독주택)엔 중앙기관 지도원 등이 산다. 2호주택(일반아파트)은 도(道)급기관의 지도원 등에게 임대된다. 1호주택(집단공여주택)은 노동자, 협동농장원, 농민 몫이다.

 개인이 주택을 건축할 수 없는 북한이지만 돈주들의 아파트 건설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략 세가지 방식을 통해서다. ▶정부(내각)가 국가계획에 따라 모든 자금과 건설자재를 공급해 건설하는 경우 ▶정부와 돈주가 결합하는 경우 ▶정부는 이름만 빌려주고 전적으로 돈주가 건축을 하는 경우다. 세가지 방식 중 두번째 ‘정부+개인투자자’의 혼합형태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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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건설부지 승인·건설허가·설계작성·전기 및 설비기계의 제공·노동자 동원 등을 맡는다. 돈주는 건설에 필요한 자재 제공·노동자 인건비 등을 지불한다. 노동자들은 장마당 또는 기업소의 유휴노동력을 활용한다. 일일노동자란 뜻의 ‘일공(日工)’이라 부른다. 탈북민 강채원씨는 “일당은 식량(북한돈 100원 정도)으로 지급되며, 일하는 동안 점심·저녁으로 밥과 국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돈주가 결합하면 아파트 건설 계획에 할당된 일공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력을 구입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돈주는 2호주택~4호주택 건설에 참여해 보통 투자금의 평균 3배 이상 이윤을 내는 ‘남는 장사’를 한다. 이유는 대략 6가지다. 첫째, 토지를 사들이는 비용이 필요 없다. 둘째,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셋째, 정부가 참여하니 자재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재를 시장가격의 20% 정도인 국정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고 한다. 넷째, 주택 공급량이 부족해 수요가 많다. 북한은 현재 150만 가구 정도의 주택이 부족하다. 심한 경우 방 한칸에 부모·부부·동생 부부 등 3가족이 살기도 한다고 탈북민들은 전한다. 다섯째, 권력층 고수익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여섯째, 돈주들의 재산축적 수단으로 용이하다. 돈주들은 아파트의 3~4개층을 소유해 매매 혹은 임대사업으로 운용한다.

 돈주들이 짓는 아파트는 달러로 매매된다. 부동산 중개인과 같은 ‘집 거간’도 있다. 원래 북한에서 집 매매는 비합법적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살림집법을 제정하면서 주택 소유형태는 국가 외에 협동단체와 개인으로 확대했지만 거래는 합법이 아니다. 북한의 주택은 원칙적으로 국가소유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이 돈주의 불법적인 아파트 건설과 매매를 눈감아주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주민의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미화에 대한 성과물로서 홍보가치도 있고, 무엇보다 노동당 간부 등 권력계층이 수혜자인 점이 작용하고 있다. 돈주는 토지·설계·감리평가 등의 정부 허가를 받을 때는 협조한 공무원들에게 아파트를 선물하기도 한다. ‘집 거간’도 힘 있는 기관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주로 한다.

 이들은 평양의 경우 각 구역마다 3~10명이 한 조가 돼 활동한다. 특히 조직의 우두머리는 주택과나 보안서, 재판소 등 권력기관 및 주택당국, 법 기관과 인맥이 막강해 일반 주민들이 이 일에 뛰어들면 살아남기 어렵다.

 북한 권력계층이 선호하는 아파트 층수는 한국처럼 중간층이다. 꼭대기 층이 중간층에 비해 500달러 정도 싸다. 가장 가격이 싼 곳은 1층이다. 소음·안전·위생 등의 문제로 주민들의 선호도가 떨어져서다. 거래 가격은 평양의 제일 비싼 아파트가 10만 달러인 반면 청진 등 지방은 1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유진 KDB 산업은행 연구위원은 “북한 정부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건설대안이 없은 한 돈주에 의한 아파트 건설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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