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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이산가족 상봉

중앙일보 2015.11.03 00:42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10월21일 34면>
이산의 슬픔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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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20일 오후 북한의 금강산호텔 이산가족단체면회소에서 남측에서 간 96가족, 389명은 북측의 141명과 상봉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1년8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상봉은 극적인 8·25 남북합의에 따라 가까스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이번 만남은 2000년 8·15를 시작으로 20회를 맞았다는 점에서 뜻깊다. 그동안 연평균 1.3회꼴로 열려 지금까지 4500여 가족, 2만2700여 명이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화상상봉까지 포함하고 남북한을 합친 숫자다. 문제는 통일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남측 상봉 신청자(9월 말 기준) 13만409명 중 49%인 6만3921명이 이미 세상을 떠나 6만6488명만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생존자 중 70세 이상이 81.4%에 이른다. 사망자 숫자가 생존자 숫자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식의 찔끔찔끔 만남으로는 상당수 신청자가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리고 항상 미흡한 이산가족 상봉 숫자가 온 국민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북한에 전체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한 수시 만남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봉 희망자 명단을 일괄 교환한 뒤 남북이 대대적으로 상봉 가능자를 찾아 금강산에서 수시로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이산이라는 비인도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산가족 명단 교환과 수시 만남은 아직 남북 간 의제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가족의 끈을 이어줄 최소한의 인도주의 조치인 서신교환과 생사확인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8월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도 “8·25 합의를 소중히 가꾸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자”고 한 바 있다. 이런 남북 최고지도자들의 발언이 결코 공수표가 되어선 안 된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 당국은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서로 만나야 믿음이 쌓이고, 신뢰가 쌓여야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우리가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현안 가운데 가장 인도적이며 최고로 엄중한 과제라는 점이다. 북한은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협상카드로 여겨선 안 된다. 남한 당국 역시 상봉 규모와 빈도를 확 늘리기 위해 북한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남북이 정치·군사적 긴장과 별도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이제 이산가족들에겐 시간도, 흘릴 눈물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한겨레 <2015년 10월24일 23면>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교류·협력 확대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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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대북 강경 기조를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등 여러 변수가 있었으나 북쪽도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8·25 합의가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곧 교류·협력 확대 등 남북관계 진전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뒷받침할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삼 실감하는 것은 이산가족의 고령화다. 80대 이상이 절반을 넘으면서 직계가족 사이의 상봉이 갈수록 줄고 있다. 2박3일씩 두 차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도 상봉자들의 건강 문제가 신경이 쓰일 정도다. 60년 이상 떨어져 있던 상봉자들이 바로 알아보고 부둥켜안을 정도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시간은 이산가족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1988년 이후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3만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미 숨졌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과 남북 교류·협력 확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남쪽이 아무리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더라도 북쪽이 호응하지 않으면 제동이 걸린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봉 정례화, 고향방문, 자유왕래 등은 각각 남북관계의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교류·협력 확대의 핵심은 경협 활성화다. 그중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가 출발점이다. 금강산 관광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을 더 원활하게 해줄 받침판이 된다. 이산가족면회소가 금강산에 마련된 것도 금강산 관광 사업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쪽이 이번 행사에 동행한 남쪽 기자단의 노트북 컴퓨터를 무리하게 검열한 것은 옥에 티다. 이런 방식은 상호 존중이 요구되는 남북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북쪽도 곁가지 문제로 남쪽 여론이 나빠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한민족 전체의 아픔이다. 과거처럼 상봉이 중단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남북관계는 이제 지난 7년여 동안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북 모두 난관이 있더라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른 시일 안에 당국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논리 vs 논리] 중앙 “북한, 대남 협상카드로 여겨선 안 돼” … 한겨레 “교류 확대 핵심은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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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작별 상봉을 마친 북쪽 가족과 남쪽 가족 중 북쪽 가족이 먼저 차량에 탑승해 떠나면서 이별을 하고 있다. 북쪽 오인세 할아버지와 이순규 할머니가 손을 잡으며 이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20일에서 26일까지 금강산에서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분단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헤어진 가족의 생사 확인도 못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다. 상봉 신청자 대부분이 70세가 넘는 고령임에 비추어볼 때 이산가족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와 중앙은 현실의 절박함에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이산가족의 슬픔을 풀어줄 수 없음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상봉의 경쟁률은 무려 663대 1이었다. 현재와 같은 식으로 만남이 이뤄질 경우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6만6000명이 상봉하는 데는 무려 3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겨레가 “지금과 같은 방식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중앙 또한 “이런 식의 찔끔찔끔 만남으로는 상당수 신청자가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한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의 해법에서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한겨레는 “남북 교류·협력의 확대”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서신 교환, 상봉 정례화, 고향방문, 자유왕래 등은 각각 남북관계의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남북관계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이벤트의 특성이 강하다. 이산가족 문제를 그 자체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기보다 정치적·군사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국면돌파용’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번 상봉도 북한의 지뢰 도발로 촉발된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8·25 남북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한겨레는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과 남북 교류·협력 확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 같은 도발을 하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은 경축사에서 ‘인민’이라는 낱말을 무려 90여 차례나 들먹였다. 위급한 경제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유인책이 될 수 있다. 한겨레는 경협 가운데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콕 집어 강조한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은 항상 금강산 관광과 5·24조치 해제를 요구해왔다. 게다가 이산가족면회소는 금강산에 마련돼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회복을 이끌 실마리다.

 반면 중앙은 정치 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하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좀 더 가까운 듯 보인다. 중앙은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현안 가운데 가장 인도적이며 최고로 엄중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북한은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협상카드로 여겨선 안 된다”며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70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성명이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직접 인용한다.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남북이 정치·군사적 긴장과 별도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는 표현 속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중앙의 입장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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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물론 중앙 또한 신뢰를 쌓기 위해 ▶남북 당국은 더 자주 만나야 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다양한 사안을 놓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의 비극을 풀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 교류와 민간 왕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사설 사이에 의견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두 사설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서로 맞서며 논란을 빚는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앙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는 타협할 수 없는 대원칙’이라는 입장에 가까운 반면, 한겨레는 남측의 경제자원을 끌어내기 위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카드를 꺼내 드는 북측의 속내를 이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에 근접해 보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다음 주 논점 새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11월 10일자에는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교수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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