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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들’을 남용하면 ‘들들들들’ 굴러간다

중앙일보 2015.11.03 00:10 경제 8면 지면보기
미국에서 오래도록 공부하고 돌아온 지인이 중요한 글을 하나 썼다면서 어떤지 한번 읽어봐 달라고 했다. 읽어본 뒤 그에게 말했다. “잘 썼는데 ‘들들들들’ 굴러가네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얘기인즉슨 글 속에 복수를 나타내는 ‘들’이 너무 많아 읽기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많은 젊은 사람들이 직장이 없다”처럼 ‘많은’ 다음의 명사에는 여지없이 ‘들’이 붙어 있다. 영어로 치면 “Many young people are out of work.” 정도에 해당하는 문장이다. ‘Many young people’을 그대로 번역하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된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문장 속 다른 어휘로 복수임을 알 수 있는 경우 ‘들’을 붙이지 않는다. ‘많은’이 이미 다수임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사람’은 복수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젊은 사람’이 우리의 고유한 어법이다. ‘많은 젊은이’로 하면 더욱 좋겠다.

 “해외 업체들과 제휴하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문장도 있다. 여기에서는 서술어인 ‘늘었다’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기업들’을 복수로 할 필요가 없다. ‘업체들’ 역시 그냥 ‘업체’가 낫다. “해외 업체와 제휴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하면 된다. 훨씬 간결하다. 언어의 생명은 간결성이다.

 이분뿐 아니라 요즘 너나없이 ‘들’을 남용하는 추세다. “상승하는 수증기들이 주변 공기들 때문에 냉각되고 서서히 뭉치면서 구름들이 생긴다”에서처럼 셀 수 없는 명사에까지 ‘들’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상승하는 수증기가 주변 공기 때문에 냉각되고 서서히 뭉치면서 구름이 생긴다”로 해야 한다.

 “선생님들과 함께 수련 활동을 떠난 이들 학생들은 부모님들의 고마움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다”는 정말로 똥차처럼 ‘들들들들’ 하면서 굴러간다. ‘이들’을 제외하곤 ‘들’자를 모두 없애야 한다. “선생님과 함께 수련 활동을 떠난 이들 학생은 부모님의 고마움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가 적절하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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