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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규제에 발목 잡힌 공유경제

중앙일보 2015.11.03 00:10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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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공유경제의 바람이 거세다. 이미 숙소 공유 서비스를 통해 여행지 잠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에 이른다. 경영컨설팅업체 PWC에 의하면 공유경제의 시장 규모가 2013년 150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에는 무려 335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 정부 또는 지자체는 이런 대세를 감지하고 새로운 기술, 혁신 그리고 이에 기반한 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만 런던·파리·암스테르담·밀라노, 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싱가포르 역시 숙박공유 도입을 위한 새로운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혁신 기업들의 투자로 현지인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도시들이 숙박공유를 위한 새롭고 명확한 법을 시행하는 동안 한국의 관련 법규는 아직 복잡하고 혼란스럽다고 한다. 해당 법규들이 다른 대상 산업을 위해 과거에 제정되었기 때문에 현재 새로운 공유경제의 흐름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혁신은 종종 기존의 규제와 충돌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인터넷을 통한 금융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되었음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없는 이유는 혁신과 융복합의 추세를 외면하고, 금융 산업 규제의 잣대로만 금융 서비스를 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세상의 흐름을 외면한다고 대세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는 기로에 서있다. 과거의 규정으로 혁신과 개개인의 선택을 제한할지, 아니면 미래를 내다보면서 새 규칙을 만들어낼지 선택을 해야 한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면, 많은 사람이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경험을 넓히고 편익을 얻을 수 있다. 경제강국들은 새롭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함으로써 주민을 지원하고 미래 경제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는 이 불기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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