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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민박집 가서 이렇게 말해도 됩니다 … 밥 주세요

중앙일보 2015.11.03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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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시에서 28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서재호(66)씨는 새싹채소에 관심을 생겨 시설 재배를 시작하려다가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벽을 만났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선 콩나물과 버섯 재배 시설만 설치할 수 있다는 ‘개발제한구역 지정·관리 특별법 시행령’이다. 서씨는 “새싹채소와 콩나물은 재배 방법에서나 친환경 농산물이란 점에서나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왜 차별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숨은 규제 풀기 <상>
작년 3월부터 779건 모아 47% 개정
투숙객에 조식 제공 금지 7월 풀려
2400곳 민박집 연 190억 소득 기대
개발제한구역 친환경 작물 재배도


 몇 해 전 전북 김제시 백구면으로 귀농한 이정순(63)씨는 올 3월 자그마한 농촌 민박집을 열었다. 민박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계절에 맞춘 아침밥을 내려다 말았다. “식당업 등록을 하지 않고 조식을 제공하면 불법”이란 이웃의 얘기를 듣고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런 숨어있는 규제를 찾아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땐 큰 규제’부터 손질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779건의 농식품 분야 규제 개혁 건의를 접수했다. 농식품부 홈페이지(www.mafra.go.kr)와 규제개혁 신문고 사이트(www.better.go.kr)를 통해서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현장 민원도 수집했다. 농식품부는 이렇게 쌓인 건의 가운데 46.8%를 수용해 개정하는 절차를 밟거나 마무리했다.

 농식품부는 ‘농어촌 정비법’을 고쳐 농촌 민박 투숙객에게 조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7월부터 현장에 적용했다. 2400여 개 농촌민박에서 연간 190억원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품종 제한 없이 친환경 작물을 시설에서 재배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도 9월 개정했다. 작물 재배 시설 면적이 50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만 지키면 된다. 개발제한구역 내 지역특산물가공판매장은 200㎡ 이하 면적으로 지어야 한다는 규정도 완화됐다. 300㎡ 이하로 허용 범위가 늘었고 마을 공동 작업장이면 1000㎡까지 설치할 수 있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산물 가공·판매 시설은 최대 1㏊ 면적으로만 지을 수 있다는 ‘농지법 시행령’도 고쳤다. 농산물 가공시설이면 1.5㏊, 사료 제조시설은 3㏊ 넓이까지 늘렸다. 이젠 가공처리시설 안에 판매장도 설치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진흥지역 내 가공·처리시설에서 다른 곳에서 생산한 쌀이나 고춧가루 같은 1차 가공식품을 쓰지 못하도록 한 시행령도 다음달 개정할 계획이다.

 임정빈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가 결합한 6차 산업 중심으로 농업 현장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숨어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농가 소득 증대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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