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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계획서 첫 줄엔 'G2리스크' 올려라

중앙일보 2015.11.03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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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 성장률을 공식화하는 ‘바오류(保六) 시대’ 돌입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7년 가까이 유지한 저금리 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세계경제 쌍두마차의 대격변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산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조선·철강을 포함한 여러 업종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 조짐이다. 숱한 악재들이 깔린 지뢰밭과 다름없다.

중국 성장 둔화, 미 금리 인상
한국 기업들 수출 타격 예상
신시장·신사업 적극적 확보
조선·철강 구조조정도 급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경제연구기관 원장·증권사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2016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도 이런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올해 한국 경제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수출 부진으로 크게 어려웠다”며 “내년에도 미 금리 인상과 중국발 경기둔화의 이른바 ‘G2 리스크’로 쉽지 않겠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내년도 핵심 변수로 ‘미·중 변수’를 주목하라는 주문은 계속됐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중국 성장률 둔화로 기업들의 순이익률이 하락하는 반면 적자 기업의 비중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기업의 수출 감소로 국내 성장률이 0.17%포인트 하락하는 등 타격이 크다고 짚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국내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진 않다”며 “차라리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금융시장·기업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파급력에 대해선 ‘Fed 금리 인상→국제자금의 미국 유입→원자재 값 하락→신흥국 경기 부진→국내 수출 타격’의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업종별로도 상당수 고전이 우려된다. ‘구조조정 1순위’로 거론되는 조선업에 대해 전재천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진 유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로 실적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준경 KDI 원장도 조선업계 영업이익률이 2013년 이후 ‘연속 마이너스’로 추락한 점을 들어 “ 구조조정은 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공급 과잉으로 시련을 겪는 철강도 마찬가지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도 2000년대 들어 철강업 위기의 시기에 NKK·가와사키(川崎) 제철의 합병 등 대형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있었다”며 “철강 수요가 늘기 어렵다면 국내에서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자동차 같은 ‘수출 주력업’도 녹록지 않긴 마찬가지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의 경우 널리 보급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며 “발광다이오드 ·소형전지·디스플레이패널에선 중국 기업들의 위협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의 경우 폴크스바겐그룹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팀장은 “ 디젤 파문과 관련해 국내 업체들이 대안인 소형 가솔린·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춘 만큼 크게 불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재 속에서 긍정적 신호를 잘 살리자는 주문도 나왔다. 최근 국내 3분기 성장률은 1.2%를 기록했다. 6분기 만에 1%대를 회복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3분기 성장률처럼 내수 중심으로 나타난 회복 모멘텀을 이어가려면 구조개혁 같은 체질 개선 노력과 함께 기업들의 적극적 사업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기업들이 신(新)시장과 신사업 확보를 서두르는 게 중요하다” 고 주문했다. 김준경 KDI 원장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이라며 “미·중 변수가 악화하기 전에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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