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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불황인데 상납금 2억원 내라니 … 야쿠자 분열은 돈 문제

중앙일보 2015.11.02 01:59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달 6일 오전 0시40분 일본 나가노(長野)현 이다(飯田)시의 한 온천. 43세의 남성이 권총에 머리를 맞아 의식 불명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자는 지난 8월 일본 최대 폭력단 야마구치구미(山口組)를 이탈해 새로 결성한 고베야마구치구미(神戶山口組) 소속 야쿠자로 밝혀졌다. 나가노 지검은 지난달말 이 야쿠자를 쏜 48세 용의자를 기소했다. 그는 이다시에서 활동하는 야마구치구미 간부였다. 지난달 26일에는 오사카(大阪)시에서 야마구치구미 직계 52세 조장(組長)이 권총으로 자살했다. 조직 잔류와 탈퇴 사이에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기사 이미지

일본 최대 조폭 야마구치구미
7조원 굴리는 조직 나고야파가 장악
경기침체로 위축된 고베파 이탈
조폭 동조자 처벌에 입지 더 줄어
“한쪽 끝날 때까지 싸움 계속될 것”

 일본에서 야마구치구미의 분열 여파가 만만찮다. 두 조직원 사망 외에도 크고작은 충돌과 조직원 빼오기 물밑 싸움이 한창이다. 이 때문에 평소 30만 엔(약 283만원)에 거래되던 권총 한 정 가격이 100만 엔에까지 올랐다(아사히신문). 치안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9월부터 두 달간 두 조직 야쿠자 96명을 체포하고 야마구치구미를 29회, 고베야마구치구미를 17회 압수수색했다. 두 조직간 싸움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다.

 이번 사태가 주목받는 것은 야마구치구미의 절대적 비중 때문이다. 조직원이 분열 전 1만300명으로 전체 야쿠자의 43.7%를 차지했다(2014년 경찰청 통계·준조직원 제외). 대략 야쿠자 두 명 중 한 명이 야마구치구미인 셈이다. 여기에 직계 단체도 72개였다. 47개 광역단체 중 44곳이 활동 무대다. 지난해 9월 미국 포춘지 보도에 따르면 자금 규모는 66억 달러(약 7조 5141억원)에 이른다. 러시아 마피아 솔른체브스카야 브라트바야(85억 달러)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하지만 절대적 충성과 복종의 위계 질서는 세계 어느 폭력조직과도 비교가 안 된다. 보스가 6대째를 이어오면서 올해로 결성 100년을 맞았다. 그 조직의 야쿠자 3분의 1이 이탈해 9월초 고베야마구치구미를 결성했다. 야마구치구미 직계 단체 가운데 가장 인원이 많은 고베시의 야마켄파(山健組)가 주도했다. 산하 가맹 단체는 13개로 인원이 33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직원 규모로 보면 전국 2대 폭력단 스미요시카이(住吉會)의 3400명과 차이가 없다.

 야마구치구미 분열은 여러가지가 얽혀 있다. 첫째는 조직 운영과 인사 문제다. 총본부의 6대째 보스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와 2인자를 배출한 직계 단체 고도카이(弘道會)가 조직을 좌지우지하면서 야마켄파의 불만이 컸다고 한다. 고도카이는 나고야(名古屋)시를 거점으로 시노다가 설립했다. 원래 야마구치구미는 야마켄파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야마켄파의 영향력이 컸다. 5대째 총본부 보스도 야마켄파 출신이고, 6대째도 유력시됐다. 그러나 2005년 6대째를 고도카이의 시노다가 차지하면서 두 직계 파벌간 반목과 알력이 심화됐다고 한다. 야마켄파로선 고도카이의 장기 집권을 우려했다고 한다.

 고도카이는 최근 10년새 급속도로 세를 확장했다. 나고야 외에 도쿄로도 진출해 야마구치구미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고도카이는 올 4월 미국 재무부의 경제제재를 받기도 했다. 미국내 자산이 동결됐고 미국 기업·개인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반면 야마켄파는 간사이 지방의 경제 침체로 세력이 약화됐다고 한다.

 둘째는 상납금 문제다. 월 5000엔 정도를 조직원 전체로부터 받는 도쿄의 폭력단 등과 달리 야마구치구미는 상층부 간부한테만 월 100만 엔 정도를 받아왔다고 한다. 여기에 명절 상납금까지 합하면 연간 약 2000만 엔을 내야하는 직계 간부의 불만이 컸다. 조직원에게 생활용품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차액을 돈줄로 삼는 수법도 반발을 샀다고 한다. 이번 분열은 과거 자금이 원활하게 돌았던 거품 경제 때와 달리 ‘경제 투쟁’ ‘생존 투쟁’의 측면도 있는 셈이다. 뒤집어 보면 야쿠자로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폭력단대책법 강화로 총본부 보스의 연대 책임이 강화되고, 야쿠자에 이익을 제공하는 시민을 처벌하는 조례가 제정되면서 야쿠자의 입지는 좁아졌다. 실제 92년 폭력단대책법 시행 당시 준구성원을 포함한 폭력단 세력은 9만명을 웃돌았으나 지난해는 5만35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야마구치구미 분열은 야쿠자 영화 제목처럼 ‘인의(仁義)없는 싸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폭력단 전문 저널리스트인 미조구치 아쓰시(溝口敦)는 일본 언론에 “조직이 한 단체에서 갈라진 경우 ‘근친증오(近親憎惡)’가 작동해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두 조직 분열은 결국 폭력단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도쿄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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