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NG] '베이비박스'가 영유아 유기를 조장한다?

중앙일보 2015.11.01 16:04
기사 이미지

[난곡동 언덕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 왼쪽 골목엔 베이비박스가 있고 오른쪽엔 베이비룸이 있다.]

 
기사 이미지

버려진 아이를 살리는 ‘베이비박스’ [사진=중앙포토]


축복받고 보호받아야 할 갓난아기를 버릴 수밖에 없는 사정은 얼마나 딱할까. 이처럼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를 위한 한 가닥 출구가 있다. 베이비박스다. 아기를 버릴 때 그나마 안전하게 보호해 주기 위한 시설인 베이비박스는 현재 서울 난곡동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 베이비박스가 화제가 되며 “영유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목회와 봉사를 하는 조태승 목사님을 만나 베이비박스에 관한 진실을 들었다.

우선 베이비박스란 무엇인가.

“2009년 12월에 이종락 목사님이 길가나 대문 앞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생명보호장치입니다.” 

-베이비박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이종락 목사님이 중증장애인을 돌보시는 것이 사명이라 여기고, 장애인 아동을 입양해서 생활하는 생활공동체를 운영했어요. 그렇게 중증장애인을 돌본다는 소문이 퍼지니까,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없는 사람들도 이종락 목사님 사택이 있는 교회 앞, 주차장, 근처 쓰레기통 등에 놓고 가는 바람에 그 아이들도 하나씩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새벽 3시에 아이를 잘 봐 달라고 전화가 와서 나가 보니, 아이가 굴비박스 안에 담겨있어 깜짝 놀랐대요. 봄이래도 너무 춥고 굴비박스가 너무 비위생적이며, 게다가 생선냄새를 맡은 고양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버려진다 해도 안전하고 위생적인 곳이 필요하겠다 생각해서 고민 끝에 담벼락을 헐어내 여닫을 수 있는 박스 형태를 설치한 것이 베이비 박스에요. 박스 안에는 전기장판처럼 패드가 있어서 겨울에도 온기를 느낄 수 있고, 위생적이면서 안전하기도 하죠. 2009년 12월에 처음 만들어져, 2010년 4월 첫 아기가 들어왔어요.”
 
기사 이미지

베이비박스에 대해 설명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사진=중앙포토]


베이비박스의 운영·관리는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데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2010년 4월에 첫 아이가 들어오고 난 뒤엔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1년에 2~30명 정도. 당시엔 베이비박스가 잘 알려지지 않기도 했고, 고아원이나 다른 곳에 데려가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2012년 8월 법원에서 허가가 안 난 입양은 할 수 없게 막는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지게 되었어요. 이로 인해 아기를 길거리에 버리거나,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수 밖에 없어지면서 지금은 1년에 250명 정도로 급격히 늘었어요. 사실 법을 바꾼 이유는 아이가 나중에 친부모가 누군지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지만 10대들의 경우 출생신고를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어렵죠. 현행법상으로는 낳은 아기를 기르거나 입양을 하든지 선택하라는 뜻이니 현실과 거리가 있어요. 어쨌거나 정부는 그런 아이들도 출생신고를 하라는 것이에요. 게다가 베이비박스는 영유아유기를 조장하는 불법시설로 여겨져 정부 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운영방법은 5명이 24시간 교대로 일을 하고, 개인 또는 단체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로 운영되고 있어요.”

-버려진 아기들은 위탁 후에 어떻게 되는가.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면 베이비룸에서 아이와 부모의 마지막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경우 봉사자들이 대화로 설득합니다. 출생신고를 하라고 권유하며 3~6개월간 돌봐줄 테니 생활이 나아지면 집으로 데려가라고 권유합니다. 또 다른 길은 분유, 기저귀 등을 지원해줄 테니 집에서 기르거나 더 안 되면 양육을 포기하지 말고 1년 동안 여기에서 함께 살며 아기와 같이 지내라고 설득해요. 그렇게 되면 엄마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게 되죠. 지금 10명의 아기가 있는데, 7명의 아기는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고 3~6개월 동안 양육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양육을 포기하고 신고를 하게 되는데, 발견 후 2~3일 보호하다가 경찰에 버려진 아이가 있다고 신고하면 구청에서 월,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건강검진 후에 서울이나 경기쪽의 다른 보육원으로 맡겨지는 방식이에요.” 
 
기사 이미지

[조승태 목사(왼쪽)]


-사역을 하며 가장 보람찬 때는 언제인지.

“양육을 포기하려고 왔는데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힘을 내서 기른다고 할 때, 그리고 잘 양육하고 있을 때. 다시 찾아와 아이를 데려가는 사람들도 15% 정도 됩니다. 사람들은 여기가 영아유기를 조장하는 곳이라고 아는데, 양육을 포기하려는 부모 스스로 아기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는 걸 아셔야 해요.”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아기가 언제 올지 모르니 24시간 항상 대기해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정부의 몰이해와 반대가 가장 힘들죠. 하지만 감사히 일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 10대 미혼모가 많은데, 남자가 책임감 없이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요.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책임과 생명을 잉태하는 통로라는 것, 그리고 성관계 후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무엇보다 어린 생명은 누구든 보호받아야 하지만 베이비박스는 결코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조 목사는 마지막으로 부모들이 아기의 생명을 존중하고, 책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권윤·박세중·김진석(남강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남강고지부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