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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들의 다양성이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

중앙선데이 2015.11.01 01:24 451호 14면 지면보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시작됐다. 지나치게 주주 가치를 신봉하고 경제를 금융화(financialization)한 미국식 자본주의는 한계를 드러냈다. 수십 년간 세계 표준으로 여겨지던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안이 모색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개최한 ‘세계화 추세 속에서 아시아 자본주의의 기원·도전·발전·전망’ 국제회의에 참석한 얀 니더반 피터세(사진) UC 샌타바버라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본주의(capitalism)’가 아닌 ‘복수로서의 자본주의들(capitalisms)’을 거론했다. 그는 “자본주의들의 다양성이 자본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Diversity of capitalisms keeps capitalism going)”고 말했다. 세계화, 문화적 다양성·혼종성(混種性·hybridity)을 연구하는 그는 현재 말레이시아국립대에서 초청교수로 강의 중이다.


얀 니어반 피터세 교수 인터뷰

-‘자본주의들’을 강조했다.“사람들은 무엇에든 글로벌이란 말을 붙인다. 글로벌 컬처, 글로벌 맥도날디제이션, 글로벌 CNN…. 이를 테면 1990년대엔 맥도날디제이션이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라 했다.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전부는 아니다. 수많은 서브 컬처가 존재하고 있지 않나.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자본주의가 있고, 한 자본주의 안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논의를 다층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인데.“아시아 자본주의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대륙에 있지만 동북아와 동남아는 완전히 다르다. 동북아는 동남아보다 노르딕 유럽과 더 유사하고, 동남아는 동북아보다 남유럽과 유사하다. 불평등 척도가 되는 지니계수를 보자. 노르딕 유럽의 지니계수는 0.25~0.30 수준이다. 한국·일본·대만이 0.30~0.32 정도다. 동남아 국가는 이보다 0.1포인트 이상 높다. 남유럽 역시 노르딕 유럽보다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아시아라는 분석 단위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자본주의를 자유시장경제·조정시장경제·국가주도경제로 유형 따라 구분한 범주가 있다.“고전적인 구분이고 지금도 주요 범주로 사용한다. 자유시장경제는 미국·호주처럼 이민자들이 정착한 사회의 시스템이다. 고도로 개별화된 계약 사회가 선택한 체제다. 반면 조정시장경제와 국가주도경제는 혁명 후(post-revolutionary) 사회에 나타난다. 혁명과 전쟁 이후 국가가 경제를 포함한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조직이 시장을 조정한다. 자유시장경제는 이처럼 예외적인 조건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유형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유시장경제가 세계를 지배한 것은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고 정보와 기술의 변화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패권에 대한 압박으로 미국의 모델을 채택해야 했지만 실상 다른 사회엔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다. 시장이 성장과 안정, 번영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면 그것을 비판하고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중국의 자본주의는 어떻게 보나.“중국의 모델이 그렇게 예외적이지 않다. 동아시아권에서 싱가포르·베트남이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유사하지 않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혁명 후 사회인 소련·러시아·베네수엘라 등도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의 영향을 받고, 소련의 실수로부터 배우면서 싱가포르처럼 체제 유지와 성장을 함께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서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중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5%였다. 올해는 15% 이상이다. 성장과 함께 중국은 변화했다. 생산국가에서 소비국가로, 가격 경쟁에서 품질경쟁으로, 수출국가에서 수입국가로 변했다. 이같이 큰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자 전 세계가 중국에 과민해졌다. 추세(trend)와 일시적 변화(blip)는 구분해야 한다. 중국이 소련 등으로부터 배웠다면 우려하는 것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 모델을 중국에 대입시켜서는 안 된다. 중국은 기존 모델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자본주의들 중 하나, 다양성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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