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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舟共濟 -동주공제-

중앙선데이 2015.11.01 00:27 451호 27면 지면보기
오늘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오랜 진통 끝에 열리는 회의다. 진통의 근원은 패권이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가 바뀌면서 중국과 일본이 맞서게 됐고, 여기에 일본의 역사 왜곡이 겹치면서 3국 정상 간 회동은 늦춰져야만 했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싸우는 형국은 ‘일산불용이호(一山不容二虎)‘라는 말로 비유할 수 있겠다. ‘하나의 산은 두 마리 호랑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 속 호랑이가 자신의 구역에 침입한 다른 호랑이를 내버려 두지 않듯, 같은 세력을 가진 존재는 둘이 공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산이호(一山二虎)’로 줄여 쓰기도 한다. 중국 현대 소설가인 어우양산(歐陽山·1908~2000)의 소설 『산자샹(三家巷)』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그는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면 싸우는 사람을 들어 ‘一山二虎’의 관계로 묘사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교룡(蛟龍)이라는 상상 속 동물이 있다. 모양은 뱀과 같지만 넓적한 네 발이 있고, 머리는 작지만 비단처럼 부드러운 옆구리와 배가 있다. 연못에 웅크리고 있다가 비구름을 얻으면 하늘로 오른다(蛟龍得雲雨)는 전설을 갖고 있다. 교룡은 ‘때를 만나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한 영웅호걸’로 비유되기도 한다. 이 교룡 역시 한 우물에 같이 살지 못했다. 한(漢)나라 초기의 문집인 『회남자(淮南子)』는 ‘설산훈(說山訓)’ 편에서 “한 연못에 교룡 두 마리가 살지 않아야 물이 고요하고 맑다(一淵不兩蛟, 水定則淸正)”고 했다. 하늘을 오르지 못해 울분에 찬 교룡 두 마리가 한 우물에 있다면 치고 박고 싸울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나온 성어가 ‘일연양교(一淵兩蛟)’다.



그렇다고 싸울 수 만은 없다. 서로 싫어도 함께해야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 가능하다. 한자의 세계에는 그런 사례를 묘사한 성어도 있다.



지금의 쑤저우(蘇州) 지역에 둥지를 튼 오(吳)와 저장(浙江) 지역에 웅크리고 있던 월(越)은 철천지 원수였다. 복수를 위해 온갖 고생을 참고 견딘다는 뜻의 ‘와신상담(臥薪嘗膽·가시밭에 눕고 쓸개를 맛본다)’이 그래서 나왔다. 원수도 위기가 닥치면 하나가 됐다.



『손자』 구지편(九地編)에 나오는 얘기는 이렇다. “무릇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했다. 그런 그들도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풍랑을 만나면(當其同舟而濟遇風), 서로 돕기가 마치 좌우의 손과 같았다(其相救也若左右手)”. 이 고사(故事)에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의미를 가진 ‘동주공제(同舟共濟)’가 나왔다. ‘적과의 동침’이다.



어렵게 다시 만난 한·중·일 정상이다. 동주공제의 정신으로 동아시아에 평화의 복음을 전하길 기대한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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