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삭하게 튀긴 송아지 고기와 새콤 상큼한 샐러드의 궁합

중앙선데이 2015.11.01 00:27 451호 28면 지면보기
“한국인들에게 오스트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릴 만도 하죠. 그럴 때마다 음악가 모차르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그리고 비엔나의 대표음식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을 얘기해준답니다. 널리 알려진 것들이라 오해가 금방 풀리지요.”



한국에 부임한 지 2년이 된 오스트리아 대사 엘리자베스 베르타뇰리는 자국을 소개할 때 아직도 이 방법에 의존한다고 한다. 한국에 주재한 14명의 여성 대사 중 하나인 그는 “그 세 가지라도 사람들이 금방 알아차려주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번 요리 시리즈에서 비너 슈니첼을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16-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의 ‘비너 슈니첼’

한국의 돈가스를 닮은 비너 슈니첼.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비너 슈니첼은 돼지고기 대신 송아지고기나 닭고기로 만든다. 이웃나라 독일과 마찬가지로 소시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지만, 이 음식에서만큼은 돼지고기가 제외된다. 기름진 고기 요리를 먹은 뒤엔 흔히 시원한 냉면으로 입가심을 하듯, 이 바삭한 튀김 요리에도 깔끔한 국수가 어울린다며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서경훈 셰프는 잔치국수를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김치’인 자우어크라우트가 반찬베르타뇰리 대사는 오스트리아에선 고기를 활용한 요리가 제법 많다고 했다.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거위 요리에 양념한 채소·곡물·유제품과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구운 돼지고기 요리는 ‘슈바이네브라텐(schweinebraten)’이에요. 동부 지역 가정들은 이를 특히 일요일 점심에 요리해 ‘오스트리아의 김치’라 불리는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와 곁들여 먹는답니다.”



자우어크라우트는 신 맛이 나는 반찬으로, 양배추를 소금이나 여러 산이 든 액체에 담가 발효시킨 것이다. 이 날도 대사는 “비너 슈니첼도 곁들일 음식이 없으면 안 된다”며 직접 준비해온 오이·감자 무침과 파슬리를 뿌린 삶은 감자를 꺼냈다.



“비너 슈니첼을 먹을 땐 주로 이런 상큼한 샐러드를 곁들여요. 한국식 돈가스와 달리 고기 위에 소스를 붓진 않는답니다.”



오스트리아 식탁에서 절대 빠져선 안 될 게 바로 디저트다. 대사는 자택에서 미리 구워온 ‘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을 꺼냈다. “종잇장처럼 얇은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 안에 사과 조각들이 시나몬과 달콤하게 버무러져 있다”는 설명과 함께.



바쁜 외교 일정상 혼자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지만, 어렸을 적 어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워 웬만한 오스트리아 요리는 할 줄 안다고 대사는 자부했다. “비너 슈니첼이나 아펠슈트루델만큼 유명한 오스트리아 음식은 외교를 하는 데 있어 배워놓으면 좋은 음식이지요.”



드디어 완성된 이 ‘오스트리아식 돈까스’를 서 셰프가 한 입 베어물었다. 소스 대신 고기에 샐러드를 곁들이는 요리법에 대해 “고기의 맛을 훨씬 담백하게 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평했다. 돼지고기 대신 송아지고기를 사용한 덕분에 “연하고 부드러운 게 매력”이라고도 했다.



이 만족스러운 평가에 힘입어 베르타뇰리 대사는 부드러운 목 넘김을 위해 화이트 와인이나 비엔나 커피를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비엔나 커피는 물에 탄 에스프레소에 하얀 휘핑크림이나 생크림을 얹은 커피로, 정식 이름은 ‘아인슈패너 커피(Einspanner Coffee)’다. 크림의 부드러움과 물 탄 에스프레소의 씁쓸한 맛, 시간이 지났을 때 생기는 단맛이 어우러져 국내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 셰프에게 비너 슈니첼과 어울리는 한식 음료에 대해 묻자 그는 고민 없이 막걸리를 꼽았다. “파전같이 기름진 음식에는 시원한 막걸리가 제격”이라며 이 오스트리아 음식에도 제법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내장 뺀 멸치로 국물 낸 잔치국수자칫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너 슈니첼에 대비해 서 셰프는 담백하고 깔끔한 잔치국수를 준비했다. 베르타뇰리 대사는 “오스트리아에서도 맑은 국물 요리가 인기 많다”며 지방마다 당근·파스닙·순무·부추·셀러리 등으로 국물을 만든 뒤 그 안에 베이컨·세몰리나·팬케이크을 조각 내 넣는다고 했다.



서 셰프는 “잔치국수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육수”라며 “들어가는 재료를 잘못 손질하게 되면 자칫 비린 냄새가 날 수가 있다”고 했다. 비린내를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질 좋은 멸치를 사용하는 것. “가지런한 은색 비늘이 선별 기준”이라며 “비늘이 갈라졌거나 벗겨진 멸치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또 명심해야 할 건 멸치의 내장을 떼어내는 일이다. 그는 “육수에 내장이 들어간다면 쓴맛이 강하게 나 육수의 고소한 맛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 말했다.



대사가 면을 잘 삶는 방법에 대해 묻자 서 셰프는 “소면에 전분질이 묻어 있어 이를 깨끗이 씻어내지 않으면 국수가 쉽게 불어 질감이 떨어지고 면끼리 떡처럼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또 면을 삶은 후에는 반드시 찬물에 수 차례 비벼가며 씻어내고, 면을 삶는 도중 거품이 생길 때마다 찬물을 약간씩 부어 면을 탱탱하게 만들어보라고 덧붙였다.



잔치국수가 완성되자 베르타뇰리 대사는 한 입 먹어보더니 “다른 한식들과 달리 마늘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국물이 가볍고 고명의 색상이 다양해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고 평했다. “오스트리아는 육지에 둘러싸여 있어 멸치로 요리하는 게 흔치 않다”며 “멸치로 이렇게 국물을 낼 수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서 셰프는 “잔치국수는 한국에서 귀한 손님들한테만 대접하는 음식”이라며 그 이면에 담긴 장수의 의미를 되짚었다.



“국수는 생일이나 회갑연, 결혼식 등 아주 특별한 날에 먹는 전통음식입니다. 특히 결혼식에 이 국수를 대접한다는 건 신랑과 신부의 결혼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이 있어요. 이렇게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이번 오스트리아 대사에게 대접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 비너 슈니첼 (4인분)



재료: 송아지고기 혹은 닭고기 800g, 계란 2개, 버터 200g, 밀가루 125g, 튀김용 빵가루 125g, 식용유, 소금, 후추, 레몬



만드는 방법1. 고기를 4등분 낸 뒤 각 덩어리를 넓게 펼치고 고기 망치로 두들겨 얇게 만든다. 2. 밀가루옷을 입힌다.3. 계란을 풀어 버터, 식용유, 소금, 후추를 다 함께 섞는다.4. 밀가루옷 입은 고기를 3에 담았다 건져 골고루 묻힌다.5. 4의 계란옷 입은 고기에 빵가루를 묻힌다. 6. 빵가루옷까지 입힌 고기를 식용유에 넣어 각 면을 센 불에 5분 동안 튀긴다. 7. 레몬을 위에 얹어 마무리한다. 샐러드나 파슬리를 뿌린 삶은 감자와 곁들여도 좋다.



● 잔치국수 (2인분)



재료: 멸치 100g, 다시마 50g, 무 100g, 계란 3개, 참기름, 양파 50g, 당근 50g, 애호박 50g, 김 가루 10g, 부추 50g, 쪽파 50g, 간장 2T, 생강 5g, 소금 5g, 깨 5g, 밀국수 200g



만드는 방법1. 끓는 물에 밀국수를 넣고 센 불에 5분 동안 끓인다. 2. 국수를 체에 거른 뒤 찬 물에 여러 번 헹군다. 3. 육수를 위해 물에 멸치, 다시마, 부추, 쪽파, 생강, 무를 넣어 센 불에 10분 동안 끓인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한다.4. 계란으로 지단을 부친다. 5. 애호박을 마디 낸 뒤 소금 간하고, 양파와 당근을 비슷한 길이로 자른다. 각각 센 불에 1~2분 동안 볶는다. 6. 국수를 그릇 중간에 놓은 뒤 그 주위에 고명을 올린다. 육수를 위에 붓고 김 가루와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