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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파리, 디자인의 계절

중앙선데이 2015.11.01 00:09 451호 8면 지면보기

1 이번 메종 오브제 파리의 테마는 ‘고귀한(Precious)’이었다. 이 테마를 나타내기 위한 공간 ‘인스피레이션 스페이스(Inspiration Space)’를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가을의 파리는 매력적이다. 인테리어와 가구, 스타일과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더욱 그렇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파리에서도 홈데코 전시회 ‘메종 오브제 파리(Maison & Objet Paris)’는 그 중심에 있다.


20주년 맞은 ‘메종 오브제 파리’ 현장을 가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가구 디자인에 있어서 이탈리아와 북유럽에 비해 강국은 아니다. 하지만 메종 오브제 파리는 인테리어와 건축 등 각 분야의 혁신적인 신제품을 체험하고 또 변화하는 트렌드를 한번에 읽을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명성 높은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매튜 피아자 메종 오브제 파리 글로벌영업담당은 “이전에는 조명이면 조명, 직물이면 직물 같은 각 분야의 전문전시회만 있었다”면서 “하지만 메종 오브제가 그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았고 덕분에 새로운 판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메종 오브제 파리의 테마는 ‘고귀한(Precious)’이었다. 중앙SUNDAY S매거진이 이 ‘고귀한’것들이 모여있는 파리 노르빌팽드 전시장을 지난 9월 4~8일 다녀왔다.



 

2 핀란드 유리와 크리스털 공예 업체 유토피아&유틸리티 (Utopia&Utility)의 꽃병.

3 프랑스 문구 업체 렉슨(Lexon)의 오디오 제품.

4 스페인 산업디자인 업체 비디 바르셀로나(BD Barcelona)의 의자.



1월 전시는 가구, 9월 전시는 홈데코에 중점 노르빌팽드 전시장은 한눈에 봐도 넓었다. 코엑스(COEX) 규모의 10배가 넘는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영국 주방용품 브랜드 ‘조셉 조셉(Joseph Joseph)’과 프랑스 의류·신발 브랜드 ‘벤시몽(Bensimon)’, 이탈리아 방수벽지업체 ‘월앤데코(Wall & Deco)’, 이탈리아 자동옷장시스템업체 ‘메탈프로게티 카사(Metalprogetti Casa)’ 등 3000여 업체의 부스가 세계 각지에서 온 관람객을 맞았다.



메종 오브제 파리는 1월과 9월, 1년에 두 차례 열린다. 샤를 카미카스 해외홍보담당은 “1월은 가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9월은 홈데코가 중심”이라며 “때문에 9월에 참가하는 해외 업체 수가 확연히 많다”고 했다. 소품은 가구에 비해 수송하기가 더 저렴하고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업체의 경우 지난 1월에는 7개가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16개로 크게 늘어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관 제품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가을 전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20주년을 맞아 메종 오브제 파리는 전시장 구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1홀에서 4홀, 그리고 5B홀은 메종관이다. 가구·조명·직물·주방용품을 모아놓았다. 5A홀과 6홀은 오브제관으로 콘셉트 스토어가 주를 이뤘다.



전문가와 미디어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끈 곳은 7홀과 8홀이었다. 7홀은 창의성과 예술성, 희소성이 띄어난 제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실용적인 ‘제품’보다 예술적인 ‘작품’을 볼 수 있었다. 8홀은 ‘프로제(Projet)’로 이름 붙여진 공간이었다. 완제품이 아니라 주문 제작품 위주라는 게 특이했다. 프로제가 단독홀로 선보이는 것은 메종 오브제 파리 2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5 벨기에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팬시(Fancy)의 수납장.

6 프랑스 디자이너 말라 레쉐(Mala Leche)의 독특한 수납장.



주목 받은 이천 도자기 브랜드 ‘아이세라’7홀 입구에 설치된 일본의 디자인 듀오 팀랩(team Lab)의 ‘플로팅 플라워 가든(Floating Flower Garden)’부터 눈길을 끌었다. 2300여 개의 생화가 공중에서 흔들리는 설치 작품이었는데, 많은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7홀 가운데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가구 브랜드 리나(Lina)의 제품은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는 테마를 가장 잘 보여주는 듯 했다. 인체공학적이고 모듈식이지만 심플하고 가볍다. 특히 ?문(Moon)?이라는 의자는 넓디 넓은 노르빌팽드 전시장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방문객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모듈식이라 체형에 따라 조절하여 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36개의 다채로운 색깔로 만들어져 학교나 클럽, 실내나 실외에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플렌스테드 모빌(Flensted Mobiles)이라는 덴마크 회사는 60년간 핸드메이드 모빌만 만들어 온 업체다. 1953년 창업자 크리스챤 플렌스테드가 세례를 받은 딸을 위해 종이와 빨대를 이용해 황새 모양의 모빌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발레리나, 광대, 실 뭉치를 갖고 노는 고양이 등 다양한 모티브로 제작된 모빌을 통해 정신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리듬과 균형을 가져다 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또 런던 디자이너 지미 마틴(Jimmie Martin)의 제품은 펑키하고 독특했다. 조명·의자·오브제 등 다양한 제품 중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른 제품은 마네킹 플로어 조명이다. 마네킹 머리에 조명을 설치한 제품으로 남다른 제품을 찾는 사람에겐 제격이었지 싶다.



벨기에의 스케이터룸(The Skateroom)도 부스를 설치했는데, 이 회사는 현대작가에게 스케이트 보드를 캔버스 삼아 작업을 하게 한다. 중국의 아이웨이웨이와 일본의 아라키 노부요시 등이 참여했다. 이는 7홀이 얼마나 예술성과 희소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국 업체는 모두 14개로 이중 5개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중 이천 도자기의 글로벌 브랜드인 ‘아이세라’가 눈에 띄었다. 이번이 첫 참가라고 했다. 아이세라의 부스는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이었다. 주제는 ‘Modern韓’으로 잡았고 공간디자이너 강신재가 디자인했다. 이천시청 문화관광과 도예팀 최수영씨는 “처음치고는 매우 만족스러운 호응이었다”며 “철제 손잡이가 독특한 현상화 작가의 컵이 많이 팔렸다”고 귀띔했다. 조신현 작가의 미니벤치 모양 오브제 또한 바이어의 문의가 많았다.

7 네덜란드 업체 글로벌 무드메이커(Global Moodmakers)가 선보인 가죽욕조.

8 펑키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내놓는 런던 디자이너 지미 마틴(Jimmie Martin)의 부스.

9 메종 오브제 파리 전시관에는 대부분의 카페조차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도로시 메이리쉬존 (Dorothee Meilichzon)이 디자인한 엘르 카페.

10 기술력과 혁신을 볼 수 있는 8홀에 위치한 벨기에 업체 도마니(DOMANI)의 부스. 이 회사는 아연과 테라코타 제품을 전문으로 만든다.

11 다양한 조명 제품들.

12 전시관 내 또 다른 카페, 르 클럽 3(Le Club 3)

13 오렐리 호기(Aurelie Hoegy)의 오브제.



방수벽지 이용한 스파, 방수가죽으로 만든 욕조 눈길7홀의 컨셉트가 ‘예술’이라면 8홀은 ‘혁신’이다. 철이면 철, 가죽이면 가죽, 테라코타면 테라코타 등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을 보이는 업체만을 선별해서 전시했다. 각기 갈고 닦은 전문성을 뽐내는 곳이자 인테리어와 건축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완제품이 아니라 주문제작이기 때문에 바이어의 니즈에 적극 부응할 수 있다. 8홀의 명칭이 계획이라는 뜻을 가진 ?프로제(Projet)?로 명명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레지나 챈 메종 오브제 아시아태평양 디렉터는 “최근 5년 간 방문객과 바이어의 프로필을 보면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 뿐만 아니라 호텔·레스토랑·개인 저택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 매니저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취향 변화에 근거해 ‘프로제’ 코너를 따로 구분했다”며 “큰 투자를 했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시작된 메종 오브제 싱가포르에서도 이것이 주요 콘셉트였다”면서 “이는 메종 오브제를 다른 박람회와 차별화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8홀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월앤데코는 ‘웻 시스템(Wet System)’이라는 방수벽지로 알려진 이탈리아 업체다. 방수벽지가 얼마나 유용할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의 스파나 사우나 시설에서 이런 기능적이면서 화려한 벽지는 제법 쓸모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벽지 대신 페인트를 선호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유럽의 트렌드는 반대다.



방수가죽을 제작하는 네덜란드 업체 글로벌 무드메이커(Global Moodmakers)가 선보인 가죽욕조, 이탈리아 자동옷장시스템업체 메탈프로게티 카사(Metalprogetti Casa)의 회전옷장, 홍콩 폭스캣(Foxcat)의 조명이 장착된 파라솔 모두 같은 맥락에 있다. 할리우드 영화 속 억만장자의 맨션에 나올 듯 혁신적이고 고가의 제품들이다.

14 스튜디오 모에코(Studio Moeko)의 벽화 작품.

영남대 디자인미술대 생활제품디자인학과 학생들 작품



‘파리 디자인위크’와 관람객 쌍끌이가을 파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올해 5년째를 맞는 ‘파리 디자인위크’ 때문이다. 올해는 9월 5~12일 열려 마침 메종 오브제 파리와 겹쳤다. 시내에서 40분 이상 떨어진 곳에서 열린 메종 오브제와 달리 도심 곳곳에서 열려 일반 관광객도 쉽게 참가할 수 있었다. 올해는 3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했다.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나우 르 오프(Now Le Off)’ 코너에서 한국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영남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 13명이 연탄·초롱불·맷돌 등 한국적 소재로 만든 20여 점의 조명작품이다. 정명택 영남대 미술디자인대학 교수는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새롭고 흥미로운 형태일 것”이라며 “디자인에 있어 우리의 고유성, 가치, 국제적 보편성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번 메종 오브제와 디자인위크 테마에 걸맞는 ‘고귀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종 오브제와 디자인위크 조직위원회는 매년 업계 트렌드를 반영해 주제를 정한다. 올 가을의 테마는 공통적으로 ‘고귀한(Precious)’이었다. 조직위는 “최근 금과 장식예술, 그리고 고급스러움이 눈에 띄어 이같은 테마를 정했다”고 밝혔지만, “디자이너의 해석에 따라 ‘프레셔스’는 심지어 공기나 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확실한 건 적어도 홈데코 팬들에게 파리의 가을은 이 두 행사로 인해 더 소중해진다는 점일 터다. ●



 



 



파리 글·사진 김형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hkim@joongang.co.kr, 사진 메종 오브제 파리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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