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중 리포트] 물 없이 4일 버티는 물고기 히말라야서 새로 만났죠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01 00:03
기사 이미지

1) 콧구멍이 위로 향해 있어 비가 올 때마다 코에 물이 들어가 재채기를 하는 원숭이 '들창코'. 2) 새로 발견된 물고기인 '찬나 안드라오'는 땅 위에서 기듯이 약 400m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3) 뾰족한 이빨이 인상적인 '드라큘라 피라미'의 몸길이는 16.7㎜에 불과하다.

인도 북쪽에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2400㎞ 길이의 거대한 산맥이 있습니다. 하얀 풍경이 인상적인 히말라야 산맥입니다.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지형 특성상 히말라야의 생태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보존돼 있는 편입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동물들이 계속해서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죠. 생물의 보고(귀중한 물건을 보관한 창고)인 히말라야에서 최근 200종이 넘는 생명체가 발견됐습니다. 새로 찾은 신기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사연도 함께 살펴보세요.

신종 희귀 동물과 멸종위기종

세상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생물분류의 기본 단위인 종으로만 따져도 170만 종 이상의 동물이 지구상에 있어요. 물론 이건 지금까지 인간이 밝혀낸 수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뜻밖의 동물들이 지구 곳곳에 살고 있다는 소리죠. 오랜 세월이 흐르며 주변의 자연 환경에 맞게 적응해 진화하기 때문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동물이 생겨나고, 발견되는 중입니다. 반대로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거나, 인간의 자연파괴 행위로 인해 그 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많습니다.

세계의 동물·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는 지난 5일 ‘히말라야의 비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6년(2009~2014) 동안 네팔에서 미얀마에 걸친 히말라야 산맥 동쪽 지역에서 신종 생물 211종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식물 133종, 무척추동물 39종, 어류 26종, 양서류 10종, 파충류·포유류·조류 각각 1종씩입니다.

동부 히말라야는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입니다. 험준한 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영향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서죠. 현재 포유류 300종과 조류 977종, 파충류 176종, 양서류 105종 등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이곳에서 매년 34개씩 새로운 종이 발견될 수 있었던 이유는 깨끗한 자연환경에 있는 셈입니다. 테리 가르시아 내셔널지오그래픽 최고과학탐험책임자는 WWF 보고서를 통해 “거대한 면적을 가진 산맥에 펼쳐진 숲과 강, 능선(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의 산등성이)과 계곡 덕분에 독특한 개성을 가진 동물들이 서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중 독특하고 매력적인 4종의 동물을 살펴봤습니다.

재채기하는 원숭이 ‘들창코’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자리한 나라 미얀마에서 발견된 새로운 동물 친구의 이름은 ‘들창코’입니다. 원숭이 종에 속하는 들창코는 미얀마 북부의 깊은 산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작이 날렵해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지만, 작은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카메라 촬영 기술의 발달로 포착할 수 있었죠.

들창코의 별명은 ‘재채기하는 원숭이’입니다. 이름처럼 콧구멍이 하늘을 향해 나 있어서, 비가 오면 코에 빗물이 고여 재채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비를 피하려 머리를 무릎 사이에 숙이고 가만히 한자리에 앉아 있는 버릇이 있죠. 대신 해가 쨍쨍 뜬 날이면 따뜻한 햇빛이 콧구멍 속을 비춰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WWF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지만, 현지 주민들은 들창코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들창코를 위로 들린 얼굴의 원숭이라는 의미의 ‘묵나톡터’라 부릅니다. 콧구멍이 들린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위로 들린 코를 갖게 됐고, 대신 민첩한 몸을 얻었겠지요. 쉴새 없이 재채기를 하며 가만히 있다가 천적이 나타나면 잽싸게 피해야 하기 때문이죠. 진화에서 온 신체적 불편함을 훌륭하게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땅에서 걷는 물고기 ‘찬나 안드라오’

인도 서벵갈주의 늪에서 발견된 물고기 ‘찬나 안드라오’는 놀랍게도 땅 위에서 걷는 것이 가능합니다. 배를 땅에 대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육지를 걸어 다니는 것이죠. 사실 기는 것에 가깝습니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모습이 뱀을 떠올리게 하죠. 늪 주변의 축축한 땅 위를 약 400m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찬나 안드라오가 땅 위를 걸을 수 있는 비결은 호흡방식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물속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다가 땅 위로 올라오면 숨을 최소한으로 쉬며 기어 다니는 것입니다. 물 없이도 4일 동안 버틸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과학자들은 찬나 안드라오가 움직이는 모습에 먼 옛날 바닷속에서만 살던 생물의 조상이 육지로 처음 나올 때의 진화 과정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물과 육지에서 모두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냥법 역시 다른 물고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물 아래에서 위로 돌진해 먹이를 낚아채는 것이죠. 또 깨끗한 물, 늪지대 주변, 약한 물살을 좋아하는 까다로운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드라큘라 피라미

작은 몸집을 가진 피라미에게 뾰족하고 무서운 이빨이 있다면 어떨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독특한 민물고기가 된 이 피라미의 이름은 ‘드라큘라’입니다. 과학자들이 이 녀석을 처음 본 순간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몸길이는 16.7㎜에 불과하지만 커다란 한 쌍의 송곳니를 갖고 있어 무시무시하게 생겼죠. 학계에서는 뼈의 일부가 이빨의 형태로 길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나름 유명세를 타기도 했어요. 드라큘라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생물종 탐사를 위한 국제연구소로부터 ‘2009년 톱 10 신종 생물’의 하나로 뽑혔습니다.
 
기사 이미지

4)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에서 발견된 개구리는 파란색과 회색이 섞인 듯한 눈과 검은 띠가 그려진 다리를 가진 새로운 종이었다. 5) 푸른 눈 개구리가 우는 소리는 150m 밖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우렁차다.

푸른 눈을 가진 개구리

여러분은 개구리의 눈 색깔이 어떤지 알고 있나요. 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상당수는 검은색의 어두운 눈을 갖고 있습니다. 연두색이나 노란색, 빨간색의 눈을 가진 개구리도 있긴 하죠.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에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산림지역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원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 그만큼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산을 탐험하던 중, 약 2000m 높이의 한 산속에서 신기한 개구리를 발견했습니다. 낙엽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개구리의 눈 색깔이 파란색이었던 것이죠. 파란색과 회색이 섞인 듯한 눈과, 검은 띠가 그려진 다리·몸통은 분명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종의 개구리였습니다. 이 개구리는 사람을 처음 봤는지 과학자들이 손으로 집어 들어올릴 때도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건들면 ‘켁켁켁’ 소리를 내며 쉰 목소리를 우렁차게 내뿜습니다. WWF는 “푸른 눈 개구리가 한꺼번에 합창이라도 하면 주변이 엄청 시끄러워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

새로운 동물들이 발견됐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 행위로 인해 그만큼 많은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동물이 가진 가죽이나 뼈·기름·고기를 얻기 위해, 혹은 재미를 위한 사냥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늘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동물의 멸종위기 등급을 분류해 ‘적색목록’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등급은 총 9단계로, 절멸(생존 개체가 하나도 없어 사실상 멸종한 상태)부터 위급·위기·취약·미평가 등의 순서로 멸종위기 정도가 낮아지는 식입니다. 우리나라도 국립생물자원관이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적색목록에 넣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고니·장수하늘소·반달가슴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동물들 역시 멸종위기종이에요.

히말라야에서도 기후변화와 벌채(나무를 베는 것), 인구 증가 같은 이유로 동물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은 히말라야 전체의 2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드첸 도르지 WWF 부탄 대표는 “희귀 동물을 발견한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지만 그만큼 잘 보호할 책임이 따른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동물 
 
기사 이미지
반달가슴곰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 ●국가적색목록 평가결과: 위기
지리산·설악산 국립공원 일대 및 강원도 북부 산악지대, 비무장지대 부근에 적은 수가 살고 있다. 자연환경의 훼손 등의 이유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기사 이미지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 ●국가적색목록 평가결과: 취약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땅의 구멍이나 나무뿌리 사이의 공간에서 살아가며 황갈색 털을 가졌고 몸에 반점이 있다. 전국적으로 퍼져 살고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1985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이나 사냥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고 있다.
 
기사 이미지
장수하늘소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 ●국가적색목록 평가결과: 위급
과거 서울, 강원도 춘천, 경기도 포천 등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지만 현재는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에서만 소수 개체가 확인된다. 도시 개발, 수집가들의 남획(자원량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이 잡는 일)으로 절멸할 가능성이 높다.
 
기사 이미지
큰고니
●멸종위기 야생동물 II급 ●국가적색목록 평가결과: 취약
저수지나 물이 고인 논에서 생활하는 겨울철새다. 댐 건설이나 도로 개설 등의 이유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어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분류됐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중앙포토

▶소년중앙 페이스북
▶소년중앙 지면 보기
▶소년중앙 구독 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