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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이슈] 소년범죄 少年犯罪

온라인 중앙일보 2015.11.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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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로의 집 관계자가 별관 건물에 있는 도예실로 향하고 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로 흙먼지가 쌓여 있다.

대한민국 형법 제9조에는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 14세 미만인 사람이 저지른 소위 ‘소년범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판결 전 판사가 물었다
"소년범 보호시설에 빈자리 있습니까"

지난달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은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벽돌을 던져 사람을 죽게 했지만 가해자가 만 9세이므로 형법상 처벌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거나, 형사처벌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벌을 강화하면 소년범죄가 줄어들까요. 소년법은 반사회적(사회 규범·질서·이익에 반대되는 것) 환경에 놓인 청소년을 처벌하기보다는 행동을 교정해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어른보다 교화(가르치고 이끌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하기 쉽다는 것이죠.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형벌을 가하면 오히려 범죄자 낙인이 찍혀 교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벽돌 투척 사건의 범인은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만 9세인 형사미성년자라 처벌을 받지 않고, 보안처분(범인이 다시 범행할 위험을 막기 위해 행하는 교육·보호 등의 처분)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처벌연령을 낮춰 소년범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처벌을 확대한다고 해도 소년범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여성 소년범 31명이 모여 있는 경기도 양주시 남면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처음으로 죄를 지은 초범이나 가벼운 죄를 저질러 가정법원에서 ‘6호 처분’을 받은 만 19세 미만 소년범들이 들어가는 보호·치료시설입니다.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에 가기엔 범죄 정도가 가볍지만 재범이 우려되거나 보호자가 없는 소년범들이 머물며 교육을 받는 곳이죠.

하지만 지어진 지 25년이 넘은 나사로의 집 곳곳은 심하게 낡은 상태입니다. 소년범들이 생활하는 생활관 3층 천장 벽지는 물이 흘러 누렇게 변했고 바닥에 깔린 갈색 장판은 습기 때문에 곳곳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폭의 낡은 나무계단에 서면 온수 파이프 등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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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후 특별활동 시간에 밴드 연습을 하는 소년범들과 지도교사. 2) 소년범 4~5명이 함께 생활하는 방.

그래도 이곳에 있는 청소년들은 활기가 넘칩니다. 매일 교육을 받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검정고시는 물론 애견 미용, 바리스타 등 자격증도 딸 수 있죠. 폭행 등으로 처분을 받았다가 또다시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6호 처분을 받은 은정(가명·14)이는 검정고시 준비 등을 위해 스스로 보호처분 기간을 연장할 정도입니다. 그는 “판사님이 이곳(나사로의 집)에 보내지 않았으면 계속 나쁜 짓을 하다가 결국 소년원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사로의 집 최영재 원장은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과 사랑을 주면 태도가 좋아진다”며 “이 시기에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면 상습 전과자가 될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6호 처분은 소년범의 재범률을 낮추고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소년범죄가 끊이지 않고 재범률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보호시설 부족이 꼽히기도 하죠. 6호 처분 위탁기관은 전국을 통틀어 8곳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판사들은 어느 지역 6호 처분 기관에 빈자리가 있는지부터 알아보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어도 시설 부족으로 소년원에 보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재판부가 전화를 해서 ‘시설에 빈자리가 있느냐’ ‘한 자리만 비워 달라’고 요청하곤 한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10월 27일자 중앙일보

초범이 전과 20범과 한 방 생활 … 범죄 배워 나온다

소년원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위한 법무부 산하의 교정교육시설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인성·직업 교육 역시 재원이 부족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 2월 광주 소년원에선 13명의 원생들이 자동차 엔진 관련 실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습용 엔진은 고작 4대. 게다가 그중 2대는 고장 난 상태였습니다. 기능대회에 출전하는 두 명에게 작동하는 엔진 2대가 돌아갔죠. 나머지 11명은 모형 엔진 앞에서 간단한 기술을 익히곤 의자에 앉아 잡담을 나눴습니다. 이것이 ‘직업 훈련 특성화 시설’로 이름난 광주 소년원의 현실입니다.

소년원에선 같은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같은 방에 배정합니다. 이러다 보니 초범인 아이들과 20차례 이상 전과가 있는 아이들이 한 방에 섞이기도 하죠. 다시 범죄를 저지르곤 “소년원에서 새로운 범죄 수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상담 교육 역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소년원 관계자들은 교사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도 일손이 모자라 다음 날 정상 근무를 할 정도라고 입을 모읍니다. 2014년 7월 8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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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소년원에서 원생들이 직업 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여중생 성폭행한 고교생, 소년원 대신 보호관찰소로 간 이유는

소년법은 연령에 따라 소년범들을 세 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만 10세 미만 소년범은 ‘범법소년’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이들에겐 법적 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입니다. 이들 역시 형벌 부과 대상은 아닙니다. 대신 보호자·보호관찰관 등이 살펴볼 수 있도록 보호처분을 내립니다. 14세 이상부터는 형사책임능력자입니다. ‘범죄소년’이라고도 불립니다. 보통 벌금형이나 보호처분 등이 내려지지만,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성인범과 유사한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소년범죄 처분 과정은 일반 형사 사건과 같습니다. 소년범을 검거한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 검찰이 재판의 필요성이 있는 사건만 모아 가정법원 소년부에 보냅니다. 판사는 소년범에게 불처분 결정, 보호처분 등의 처분을 내리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소년범에 대한 교화에 있습니다. 2012년 1월 25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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