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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롯데 빅딜 … 저성장 시대의 해법은 사업구조 재편

중앙일보 2015.10.31 00:42 종합 30면 지면보기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어제 화학 계열사를 주고받는 ‘빅딜’을 했다. 삼성SDI의 화학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롯데가 3조2562억원에 사들이는 내용이다. 이번 거래는 국내 화학업계 사상 최대이자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지난 6월 삼성·한화그룹 간의 방산 빅딜 규모(1조9000억원)를 넘어서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빅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삼성은 핵심 사업인 전자·소재에 보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화·LG그룹과 함께 석유화학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게 된 롯데 역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며 유통·식품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예전이라면 이런 빅딜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한번 벌여 놓은 사업은 접지 않는 게 우리 기업들의 오랜 습성이었다. M&A는 내 것을 지키면서 남의 것을 가져오는 몸집 불리기나 사업확장이라고 여겨 왔다.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을 한다 해도 계열사끼리 사업을 주고 받는 게 전부인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젠 소극적 구조조정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 빠지면서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 내수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계열사의 지원을 믿고 ‘문어발 확장’이나 ‘선단식 경영’을 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핵심 사업에 집중해도 살아남을까 말까 하다.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마저 올 들어 중국 기업의 마이크론 인수 시도와 샌디스크의 간접 인수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 사업구조 재편이 더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좀비기업 정리와 국책은행 등이 갖고 있는 제조업체를 빨리 민영화할 필요가 커졌다.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비금융자회사만 116개다. 어느 때보다 민영화를 기업들의 자율적인 산업구조 재편의 촉매로 적극 활용해야 할 시기다. 그래야 우리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구조조정이 보다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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