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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저커버그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2015.10.30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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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남인도 파사국 왕자 달마는 출가해 서천 불교 28대 조사가 되었다. 동토에 선법(禪法)을 심으려 470년 중국에 건너왔다. 불교 후원자를 자처하는 양 무제를 만났으나 실망하고, 면벽수행 끝에 중국 선불교의 시조가 되었다. 2015년, 달마의 뒤를 이어 동으로 향한 젊은이가 있었으니.

 미국 하버드의 마크 저커버그는 인간과 인간을 잇는 선(線)에 관심이 많았다. 세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페이스북을 창립, 서천 SNS의 최강자가 되었다. 세계 15억 중생이 페이스북에 귀의하였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이 선(線)에 들지 못한 동토의 중생을 항상 생각하였다. 중국의 SNS는 웨이보·위챗 등으로 성황이었으나, 정치·사회적 깨달음을 전파하기보다 사담에 치우쳐 있어 SNS의 참된 힘이 나타나지 못하였다.

 중국에 공들인 저커버그는 마침내 지난달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게 되었다. 시 주석은 일견 SNS의 후원자로 보였다. 방미에 맞춰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Xi’s US Visit)에 100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보기에는 아무 공덕도 아니었다. 중국 내 페이스북 접속은 2009년 이후 차단됐다. 이를 어찌 소셜이라 하겠는가.

 두 사람은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저커버그는 시 주석에게 “태어날 딸의 중국 이름을 지어주소서” 청하였다. 페이스북을 중국에 받아달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시 주석은 “책임이 크다”며 거절하였다.

 저커버그는 지난 24일 베이징 칭화대에서 22분간 중국어 강연으로 소셜의 도를 설파하였다. 26일에는 시안 진시황릉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계의 연결을 꿈꾸는 이에게 중요한 장소”라고 적었다. 짧은 글 안에 ‘접속(connect)’이라는 단어가 3번 들어갔다. 추종자들은 차단(disconnect)을 안타까워하는 그의 심정을 읽어냈다.

 서천 1인자 저커버그는 동토 SNS의 새 장을 열 수 있을 것인가. 분투는 계속될 모양이다.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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