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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가 불지핀 걷기 열풍, 일본 본토까지 상륙하다

중앙일보 2015.10.30 00:01 Week&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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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일본 돗토리에서 열린 아시아 트레일즈콘퍼런스의 걷기축제 장면.


일본 본섬 혼슈(本州) 서쪽 허리에 돗토리(鳥取)라는 고장이 있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와 마주보는 해안 마을이다. 돗토리는 일본에서 오지로 통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친숙한 이름이다. 돗토리와 도쿄(東京)의 거리가 503㎞인데, 돗토리와 강원도 동해항과 거리는 386㎞에 불과하다.

일본 돗토리서 아시아 트레일단체 축제


돗토리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돗토리현에서 하룻밤을 묵은 외국인은 모두 4만7948명이었다. 그 중에서 한국인이 2만1179명이나 됐다. 돗토리현 외국인 숙박객의 약 44%가 한국인이라는 뜻이다. 1주일에 3번 아시아나 항공이 직항을 띄우며,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도 있다. 한·중·일 3국을 운항하는 크루즈도 돗토리를 자주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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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친한(親韓) 고장 돗토리에서 지난 16∼18일 아시아 걷기여행 축제 아시아트레일즈콘퍼런스(ATC)가 열렸다. 한국에서 약 100명이 참석했고, 이틀 동안 열린 걷기축제에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아시아 트레일 단체의 축제=ATC를 이해하려면 먼저 아시아트레일즈네트워크(ATN)라는 단체를 알아야 한다. ATN은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발족한 비정부기구(NPO)다. ATN에는 현재 ㈔제주올레를 비롯한 국내 트레일 단체·기관 12곳과 일본의 트레일 단체·기관 4곳, 중국·대만·러시아 단체와 기관 각 1곳씩 모두 16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단체가 태동한 장소가 제주라는 점에서 ㈔제주올레가 ATN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주올레를 비롯해 지리산둘레길·강릉바우길·해파랑길 등 국내 주요 트레일 대부분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ATN의 대표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며, ATN 사무국도 ㈔제주올레 사무국 안에 있다. 제1회 ATC도 제주에서 열렸다.

걷기축제는 지난 17일 돗토리현 유리하마(湯梨浜)정(町·우리의 읍에 해당)에서 진행됐다. 돗토리 주민을 비롯해 ATC에 참석한 각국의 트레일 관계자가 유리하마정의 도고코(東鄕) 호수 주변을 걸었다. 걷기 코스는 5㎞, 8㎞, 18.8㎞ 등 세 구간이었는데, ATC 참가자는 5㎞ 구간을 걸었다.

◆워킹 리조트 돗토리=돗토리는 한국 여행사가 선호하는 여행지다. 가볼 만한 명소가 제법 된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이다. 해안을 따라 16㎞ 이어진 모래언덕으로, 연간 방문자가 250만 명이나 된다.

일본 100대 명산에 드는 다이센(大山·1709m)은 한국 산악회도 좋아하는 산이다. 후지산(富士山·3776m)을 닮았다는데, 우리의 설악산하고도 많이 비슷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테마로 한 마을도 있다.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靑山剛昌)가 돗토리 출신이다. 대게도 유명하다. 동해에서 잡는 대게가 돗토리 대게다.

그러나 돗토리에서는 돗토리 중부지역을 ‘워킹 리조트’라고 불리기를 바란다. 일본의 대표적인 걷기여행 명소로 가꾸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돗토리현은 걷기축제가 열린 도고코 호수 코스 말고도 9개 걷기여행 코스를 더 조성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회식에서 히라이 신지(平井伸治) 돗토리현 지사가 나와 “돗토리는 일본에서 걷기 인구가 가장 많은 고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돗토리 같은 일본의 작은 고장이 한국에서 시작한 ATC를 유치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제주올레에서 시작한 걷기여행 열풍이 일본으로 건너가 규슈올레로 진화하더니, 이제는 일본 본토까지 진출한 셈이었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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