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美권력 서열 3위, 40대 몸짱에 활로 사냥하는 야성미까지

중앙일보 2015.10.29 20:50
방과 후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를 돌보고, 밤에는 맥도날드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고등학생이 30년 만에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직에 올랐다. 주인공은 28일(현지시간) 제62대 하원의장에 취임하는 공화당의 폴 데이비스 라이언(45·위스콘신) 하원의원이다.

1970년 1월26일 생으로 31대 제임스 블레인 의장(39세 취임) 이후로는 최근 150년 만의 최연소 하원의장이다. 역대 최연소는 1839년 30세에 하원의장에 취임한 로버트 헌터이다.
라이언 의원은 지금은 '40대 기수'라는 화려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어릴 적 극심한 가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정치인이다. '가문의 영광' 덕을 보거나 백만장자 출신이 수두룩한 워싱턴 정가에서 드물게 자수성가했다.

그는 위스콘신주 중서부의 지방 도시 제인스빌에서 아일랜드계 부친과 독일·영국계 모친 사이에 태어났다. 5대째 위스콘신 토박이로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라이언은 16세 때 부친이 심장마비로 숨진 뒤 가세가 기울며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부친 사망 후 같은 집에서 살게 된 할머니의 병 간호를 하면서도 학교에선 육상·축구·농구를 즐기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88년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에 진학해 정치학과 경제학을 배웠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대학 시절 우연히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하이오주)의 선거운동 자원봉사에 나서면서다. 베이너 캠프 일을 지켜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베이너의 자원봉사자'가 베이너의 하원의장 후임자로 바통 터치를 하는 인연이 된 것이다.

이후 대학 지도교수가 워싱턴 연방의회(위스콘신주 밥 카스텐 상원의원)에 인턴 자리를 소개했고, 라이언은 졸업 후 보좌관이 됐다. 당초 우편물 담당이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바로 경제담당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박봉으로 밤에는 웨이터와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는 힘든 생활을 했다. 

부통령 후보(잭 캠프)의 연설문 작성자 등을 거쳐 98년 고향인 위스콘신으로 돌아간 라이언은 바로 위스콘신주 1구에서 28살의 젊은 나이에 하원의원에 당선했다. 이후 8번의 선거에서 매번 5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 연설에 맞선 대응 연설을 통해 '오바마 저격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공화당의 샛별'로 부상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볼모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를 둘러싼 예산안 다툼을 벌일 때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 민주당과 합의를 끌어내며 정치력도 인정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지지했다. 다만 경제·재정에 밝지만 외교에 다소 문외한이란 지적도 있다.

라이언을 두고는 '몸짱' '신인류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헬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피트니스 광'인 이유는 60살 이전에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가족력 때문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음식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마라톤을 4시간에 주파하며 양궁이 취미여서 활로 사냥을 하기도 한다. 고향 제인스빌의 양궁협회에도 가입돼 있다. 

라이언은 하원의장 출마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임 의장처럼 당 기금 마련 출장을 많이 할 수 없다"는 것을 내걸었을 정도로 가정적이다. 베이너 의장은 1년 중 100일 가량을 당 기금 마련 지방 출장을 다녔다. 때문에 라이언을 향해선 "정치인 맞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2000년 웰즐리대·조지워싱턴대(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재나와 결혼해 2남 1녀(10~13살)를 뒀다.

미 정치권에선 "공화당의 차기 대선(2020년)주자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상원의원을 거치지 않고 하원의장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1845년 제11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K 포크가 유일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