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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Film&Job 영화 '성난 변호사'

중앙일보 2015.10.29 17:10
승률 100% 변호사, 현실에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어떤 직업이 멋있어 보였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요. 헌신적인 의사, 정의로운 강력계 경찰,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등 화면 속 인물들은 대부분 ‘영웅적’입니다. 이 때문에 작품의 캐릭터를 보고 그 직업을 꿈꾸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허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직업인의 모습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현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TONG은 영화나 드라마 속 직업이 현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제 해당 직업 종사자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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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변호사`의 주인공은 승률 100%의 잘나가는 변호사다.


10월 8일 개봉한 영화 ‘성난 변호사’의 주인공인 변호성 변호사(이선균 역)는 이제껏 화면에서 보던,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지키는 변호사와는 다른 인물입니다.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검사 출신으로,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교만해 보이는 변호사인데요. “이기는 게 정의지”라는 그의 대사처럼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승소확률 100%를 유지해 온 캐릭터입니다.
대기업을 변호하며 ‘잘 나가던’ 변호사가 패소 위기를 맞자 직접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이 이야기, 얼마나 현실적일까요. 제약회사들과 벤처기업들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이 사건, 네가 맡아.” 영화에서는 로펌 대표의 일방적인 지시로 어려운 사건을 떠안게 되는데요. 실제로 변호사가 사건을 맡는 절차는?
“로펌도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기업과 유사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임원에 해당하는 파트너 변호사들이 있고, 월급을 받는 어쏘시에이트 변호사(Associate Lawyer)들이 있지요.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를 정하는 ‘배당’은 파트너 변호사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과정 또한 로펌의 내부적인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지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호성의 승률 100% 신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성격은 무척 다양합니다. 법리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소가 당연한 사건도 있고,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패소할 수밖에 없는 사건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변호사의 능력과 노력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사건도 있지요. 만일 사건을 맡는 단계에서 승소가 확실해 보이거나, 매우 가능성이 높은 사건만 맡는다면 승률 100% 신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변호사가 그런 사건만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을까요. 승패만이 변호사의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승패의 과정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였는지가 중요하겠지요.”

-영화에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직접 나서는데, 이렇게 사건 조사를 직접 하기도 하나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증거보전절차나 소송과정에서의 현장검증 등이 있기는 하지만, 법원을 거치지 않고 변호사가 직접 현장을 수사하거나 조사하는 일은 드뭅니다. 자칫 수사권의 침해 등 부적절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영화 속 변호성 변호사는 기업 내부에 접근하기 위해 대표에게 직접 “나를 회사 변호사로 써 달라”고 요청합니다. 변호사와 기업의 계약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기업의 경우 로펌과 계약하여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필요하다면 해당 기업에서 특정 팀이나, 특정 변호사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로펌에서 법률서비스를 받는 것 외에 회사 내 변호사를 직접 고용하여, 법무팀 또는 임원으로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후자의 경우 흔히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이라고 합니다.”

-검찰과 변호사가 영화에서처럼 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검찰과 변호사 둘 다 어렵습니다. 변호사는 로펌에서 해당 건만 전담하기를 원하여 지정하지 않는 이상, 한 변호사가 늘상 수십 건의 사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경우에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큰 사건이라서 전담하는 팀이 꾸려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검사가 담당하는 사건이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100여 건에 이릅니다.”
 
-의약품 부작용 변론 중 통조림을 꺼내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법정에서도 변론에 필요하다면 사물이나 음식 등 무엇이든 사용해도 되나요.
“사용은 가능합니다만, 정식으로 법원에 검증 신청을 해서 절차를 거쳐야만 증거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극적인 장치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의뢰인의 불법 사실을 알게 됐지만 변호사의 의무 때문에 알릴 수 없다는 장면은 사실인가요?
“형사소송법 및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업무는 의뢰인과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비밀유지의무가 주어지고, 비밀에 관련된 증언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징계와 처벌대상입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데요. 납치감금 피의자의 변호인이 그 피해자가 감금된 위치를 알게 되어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는 경우와 같이, 중대한 공익이 우선할 땐 비밀유지의무의 예외가 됩니다.”

-끝으로, 영화에서처럼 특정 분야의 기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변호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영화에 나오는 의료·의약분야 변호사라고 한다면 언뜻 의학이나 제약 지식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변호사로서 충실한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으면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변호사로서의 실력이 먼저 있어야 해요. 전문분야의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려면, 그 이전에 실력있는 법조인이 되어야 하는 거죠. 학생이라면 법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법학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법조인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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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 변호사

사법연수원 41기 /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 대한개원의협의회 자문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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