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한의 중산층 '돈주' 암시장…시장 경제 편입 가속화

중앙일보 2015.10.29 13:18
기사 이미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점차 시장주의적 요소들을 인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제임스 피어슨 평양 특파원의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의 ‘암시장(Black market)’의 확대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비공식 암시장을 묵인하고 있으며 공식환율 적용을 거의 포기했다. 북한의 공식환율은 미화 1달러당 105원이지만 실제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약 8400원이다. 약 80배에 가까운 차이다.

북한의 이런 선택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강도높게 가해졌기 때문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유엔(UN)은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금융제재에 더해 중국까지 국제제재에 동참하며 내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로이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인 2010년 만들어진 보통강 백화점이 평양 권력층의 소비창구가 되고 있다면, 암시장은 일반 시민들의 주류 소비통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에서 최신 가전제품부터 화장품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구매하는데 문제가 없다.

실제로 북한 암시장에서는 샤프TV가 1340달러(북한돈 1126만원)에 팔리고, 소고기는 1㎏당 8.6달러(북한돈 7만 6000원), 북한산 LED전구가 5달러(4만 2000원)에 판매된다. 핸드폰이나 전기자전거, 아기용품 등도 많이 판매되는 품목이다. 물건값은 북한돈 외에도 달러나 중국 위안으로도 계산이 가능하다.

북한 암시장이 뿌리를 내리며 북한 경제 전반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로이터는 “소비시장이 생기며 북한 회사들도 내수시장을 향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상업은행에서 만든 현금카드(나라카드)가 보급되기 시작하며 북한이 사실상 자본주의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돈주’라 불리는 중산층도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엘리트의 전유물이던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유모차나 에어컨 같은 소비재도 구매한다. 현재 약 240만명이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다.

LED 전구도 북한에서 인기다. 소비재 구매층이 늘어나며 체제 찬양 일색이던 거리에서도 광고판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습은 중국이 35년 전 덩샤오핑 시절 겪었던 변화와 닮았다”며 “김정은 정권이 시장 중심의 경제체제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사진=북한 평양의 상점에서 판매중인 DVD [평양 AP=뉴시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