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인권위, "국가자격시험 도중 화장실 사용 제한은 인권 침해"

중앙일보 2015.10.29 11:23
국가기술자격 시험 도중 응시자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29일 나왔다. 또 인권위는 관련 제도 개선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박모(54)씨는 지난 2014년 10월 5일 국가기술자격시험(기사)을 보던 중 용변이 급해 감독관에게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감독관은 규정상의 이유로 박씨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기술자격시험의 공정한 관리를 이유로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배탈ㆍ설사 등 용변이 매우 급한 상황에서만 시험 시간의 절반 이상이 지난 후에야 화장실 출입이 가능하다.

용변이 급했던 박씨는 감독관에게 시험장 안에서라도 용변을 볼 수 있게끔 해 달라 재차 요구했다. 이에 감독관은 다른 응시자들의 양해를 구한 뒤 박씨에게 시험장 뒤편 쓰레기통에 용변을 보도록 했다. 당시 박씨와 같은 시험장에 있던 응시자들은 모두 남성이었으나 여성 감독관 1명이 있어 이 감독관이 나간 뒤 박씨가 용변을 봤다고 한다.

박씨는 시험이 끝난 뒤 "시험장에서 용변 문제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측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가시술자격시험을 총괄ㆍ관리하는 주체로서 부정행위를 방지해야 하는 책임은 있다"면서도 "화장실 출입 후 재입실 금지 원칙을 고집해 응시자를 시험장 뒤편에서 소변보게 한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현재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국가공무원시험(5~9급)의 경우에도 시험 도중 화장실 출입은 불가능하다. 부득이하게 시험 중 화장실을 간 경우엔 재입실을 할 수 없다. 반면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엔 시험 도중 화장실 출입이 가능하다. 이 경우엔 동성의 감독관이 동행하고 응시자가 재입실을 할 수 있다.

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