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서울 광진구의 건국대 동물생명과학관이 28일 오전에 출입금지 구역이 됐다. 학교 측은 동물 관련 실험실 등이 있는 건물 내부 전체를 소독했다. [뉴시스]

19일 실험실 연구원 3명 첫 발병
환자 모두 인접 실험실 대학원생
9명 중앙의료원, 12명 자가 격리
소와 관련된 ‘큐열’ 가능성 조사
학생들의 감염 사실이 처음 감지된 건 건국대병원이 27일 오전 광진보건소에 신고하면서다. 병원 관계자는 “한 실험실 소속 연구원 3명이 같은 증상을 보여 이상하다고 판단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보건소 측은 이날 낮 학교에 나가 초기 역학조사를 벌인 뒤 질병본부에 “‘원인 불명 폐렴’을 앓는 환자들이 있다”고 보고했다. 질병본부는 이후 28일 오후까지 추가 환자 18명을 찾아냈다.
건국대 생명안전관리책임자인 의학전문대학원 장원종 교수는 “27일 보건소로부터 통보를 받고서 감염병 발생 사실을 알았다. 당시 보건소 측이 ‘브루셀라·큐열·조류인플루엔자 등을 의심하고 있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발생장소 등을 감안할 때 큐열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큐열일 경우 사람 간 감염 위험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질병본부는 학교 측과 협의해 해당 건물의 실내공간을 소독하는 등 방역조치를 실시하고 건물 이용자와 접촉자의 명단을 확보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 건물 내 에어컨·공조시설에서 환경 검체를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다. 대학 건물을 출입한 학생과 교수는 8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질병본부는 실험실 내에서 연구에 사용한 병원체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실험실에서 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국내외에 꽤 있다. 중국에선 2004년 3월 베이징 국립바이러스연구소에서 살아 있는 사스(SARS)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을 하던 여성 연구원이 감염됐다. 이 연구원은 어머니와 의료진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실험실은 폐쇄됐다. 국내에서도 1996년 5월 서울의 한 의대 대학원생들이 실험용 쥐를 통해 유행성출혈열에 집단 감염되는 등 실험실 내 감염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스더·정종훈·한영익·김민관 기자 etoile@joongang.co.kr
◆큐열(Q熱)=병원체인 리케차로 인해 발병하는 인수(人獸) 공통감염병. 소·양 같은 가축과의 접촉 등으로 감염된다. 고열·설사·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환자의 30~50%는 폐렴이 발생한다. 한국에선 2012년 10건, 2013년 11건의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