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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21명 원인 모를 폐렴 … 동물과학대 건물 폐쇄

중앙일보 2015.10.29 02:07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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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서울 광진구의 건국대 동물생명과학관이 28일 오전에 출입금지 구역이 됐다. 학교 측은 동물 관련 실험실 등이 있는 건물 내부 전체를 소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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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 내 같은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3명이 지난 19일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증세를 보여 입원했다는 신고를 건국대병원으로부터 받았다”며 “지금까지 모두 21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보건당국은 대학 건물을 폐쇄하고, 중앙역학조사반을 파견해 현장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19일 실험실 연구원 3명 첫 발병
환자 모두 인접 실험실 대학원생
9명 중앙의료원, 12명 자가 격리
소와 관련된 ‘큐열’ 가능성 조사

현재 환자들은 이 건물 내 인접한 실험실 세 곳에 소속된 대학원생으로 확인됐다. 중국인 유학생도 2명 포함됐다. 환자가 발생한 실험실은 A형 인플루엔자 H1N1 을 다루거나 소의 세포 실험을 하는 곳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은 주로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과 고열, 감기몸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본부는 환자 21명 중 9명을 격리병상이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 감염을 일으킨 병원체가 확인될 때까지 격리치료할 계획이다. 증상이 경미한 12명은 자가격리조치 됐다. 질병본부 관계자는 “원인을 모르는 폐렴은 흔하지만 한 공간 내에서 폐렴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감염 사실이 처음 감지된 건 건국대병원이 27일 오전 광진보건소에 신고하면서다. 병원 관계자는 “한 실험실 소속 연구원 3명이 같은 증상을 보여 이상하다고 판단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보건소 측은 이날 낮 학교에 나가 초기 역학조사를 벌인 뒤 질병본부에 “‘원인 불명 폐렴’을 앓는 환자들이 있다”고 보고했다. 질병본부는 이후 28일 오후까지 추가 환자 18명을 찾아냈다.

건국대 생명안전관리책임자인 의학전문대학원 장원종 교수는 “27일 보건소로부터 통보를 받고서 감염병 발생 사실을 알았다. 당시 보건소 측이 ‘브루셀라·큐열·조류인플루엔자 등을 의심하고 있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발생장소 등을 감안할 때 큐열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큐열일 경우 사람 간 감염 위험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질병본부는 학교 측과 협의해 해당 건물의 실내공간을 소독하는 등 방역조치를 실시하고 건물 이용자와 접촉자의 명단을 확보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 건물 내 에어컨·공조시설에서 환경 검체를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다. 대학 건물을 출입한 학생과 교수는 8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질병본부는 실험실 내에서 연구에 사용한 병원체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실험실에서 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국내외에 꽤 있다. 중국에선 2004년 3월 베이징 국립바이러스연구소에서 살아 있는 사스(SARS)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을 하던 여성 연구원이 감염됐다. 이 연구원은 어머니와 의료진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실험실은 폐쇄됐다. 국내에서도 1996년 5월 서울의 한 의대 대학원생들이 실험용 쥐를 통해 유행성출혈열에 집단 감염되는 등 실험실 내 감염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스더·정종훈·한영익·김민관 기자 etoile@joongang.co.kr



◆큐열(Q熱)=병원체인 리케차로 인해 발병하는 인수(人獸) 공통감염병. 소·양 같은 가축과의 접촉 등으로 감염된다. 고열·설사·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환자의 30~50%는 폐렴이 발생한다. 한국에선 2012년 10건, 2013년 11건의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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