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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료, 덴마크의 15% … “물 아껴 쓰게 할 가격 대책 필요”

중앙일보 2015.10.29 01:35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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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 충남 청양군 청양읍 백천리 상수도정수장 인근 관정. 대형 펌프가 “윙~” 하는 소리를 내며 지하수를 뽑아내 배수지 쪽으로 흘려보냈다. 지하수는 보령댐에서 온 물과 합쳐진 뒤 정수장에서 소독 처리를 해 가정으로 공급된다. 이곳에서 처리하는 물의 양은 하루 3600㎥다.

말라가는 한반도 <하>
원가의 78%인 요금 올리려 해도
야당 “4대 강 적자 메우나” 비판
“지자체가 수자원 확보 나설 때”
충남 청양은 안 쓰던 관정 복원

 청양군은 충남 서부권 8개 시·군의 자율 절수 대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30일 정수장 반경 1㎞ 내에 있는 관정 4개를 복원했다. 15년간 자체 상수도로 사용하던 것을 폐쇄하지 않고 가뭄에 대비해 시설을 유지해 왔다. 2010년 보령댐 광역상수도로 전환한 뒤 운영을 중단했던 옛 청양정수장도 이달 초 다시 문을 열었다. 일부에서 “불필요한 예산이 투입되니 아예 문을 닫자”고 주장했지만 이석화 군수는 “봄 가뭄 때 비상 농업용수로라도 쓰자”며 이를 유지했다. 청양군은 지난달 말까지 보령댐에서 하루 평균 3900㎥의 물을 공급받았지만 자율 절수 이후엔 1000㎥의 물만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충남도가 권고한 20% 감량 목표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충남 태안군과 보령시 등은 감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용량이 늘기도 했다. 태안군은 평소 2만700㎥ 사용하던 것을 1만6500㎥로 줄이도록 권고했지만 지난 26일엔 평소보다 많은 2만1700㎥의 수돗물을 썼다. 보령시는 절수 목표인 2만3600㎥보다 4100㎥ 많은 2만7700㎥를 사용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가을 행락객이 많은 9~11월엔 식당과 펜션 등에서 물 사용량이 늘어나 감량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마을을 돌며 절수 홍보를 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수돗물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위기를 맞았지만 물 소비를 쉽게 줄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과도한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용모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도요금이 낮다 보니 수도관을 관리하는 투입비용도 줄어 물 관리가 안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상수도요금은 국제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환경부가 영국의 물 전문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의 2011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당 0.58달러)의 상수도요금은 덴마크(3.91달러)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1인당 소득 수준이 비슷한 스페인(1.33달러)과 이탈리아(0.81달러)와 비교해도 낮다. 한국보다 소득이 낮은 폴란드(1.31달러)나 터키(1.21달러)보다도 저렴하다. 단순히 낮은 것보다 원가 이하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상수도의 평균 단가는 ㎥당 660.4원이지만 실제 이를 생산하기 위한 원가는 849.3원이었다. 원가 대비 요금 비율인 요금 현실화율은 77.8%에 그쳤다.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의 경우 원가 대비 요금 비율이 66%로 더 낮았다.

 이렇게 된 데는 4대 강과 관련한 정쟁도 영향을 미쳤다. 일선 지자체에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는 수자원공사는 공급가격을 7년째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요금을 현실화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야당 등에서 “4대 강 사업으로 본 적자를 메우려는 속셈이 아니냐”고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광역상수도요금은 원가 대비 83.8%”라며 “상수도관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적정 요금을 받아야 하는데 정치적 논란 때문에 이를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13조4616억원인데 이 중 약 8조원이 4대 강 사업으로 생겼다.

 정부는 지난 9월에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광역상수도요금으로 얻은 수익을 4대 강 부채 상환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그제야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가뭄 장기화에 따른 공급 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조건 시설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1인 가구의 한 달 수도요금이 커피 한 잔 값보다 싼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차원의 수자원 확보 노력도 필요하다. 오혜정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자원이 빈약하다”며 “지하수 개발 등 지역마다 물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보령=김민상·신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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