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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서천 수돗물 36% 땅속으로 … 누수율, 서울의 11배

중앙일보 2015.10.29 01:35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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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충남 청양군 상수도정수장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지하수 유입량을 확인하고 있다. 청양군은 자율절수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관정 4개를 재가동하고 매일 2000㎥의 지하수를 뽑아내고 있다. 이 물은 보령댐에서 보내온 물과 합쳐져 청양군민 3만2000여 명에게 공급된다. [청양=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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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7시 충남 보령시 웅천복지관. 보령시가 10년 만에 소집한 긴급 반상회에 주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마련한 비상회의였다. 박상목 보령시 기획감사실장은 “절수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내년 봄에 단수 없이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 한 주민이 “20년 넘은 노후 상수도관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게 진짜 문제”라고 따졌다. 그러자 “2008년부터 교체한다더니 그동안 뭘 했느냐” “주민들에게 절수만 강요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박 실장은 “지금 살림으로는 교체가 어렵다. 이해해 달라”며 해명하기에 바빴다.

말라가는 한반도 <하>
20년 묵은 노후 상수도관 많아
보령댐서 8개 시·군 보내는 물
하루 16만㎥ 중 4만㎥ 버려져

 충남 서북부 지역 등 전국 곳곳의 가뭄 비상은 강수량 부족이 1차 원인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숨겨진 요인이 또 하나 있다. 노후 상수도관을 통해 적잖은 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누수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돗물 낭비가 심하다는 뜻이다.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는 비율을 의미하는 누수율은 충남 15개 전체 시·군 평균 15.7%에 달한다. 서울시(3.2%)는 물론 전국 평균(10.7%)보다도 훨씬 높다. 제한급수가 진행 중인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의 평균 누수율은 25.0%나 된다. 예산군이 36.4%로 가장 높고 서천군(36.1%)과 태안군(30.6%)도 충남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 물 공급량 중 제대로 공급돼 요금을 받는 유수율도 8개 시·군은 평균 64.5%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 84.2%보다 19.7%포인트, 충남 평균 유수율(77.9%)보다 13.4%포인트 낮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충남 서북부 지역 유수율을 85%까지 높이기 위해 상수도 시설 개량사업 예산 134억원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보령댐에서 8개 시·군으로 보내는 물 공급량은 하루 평균 16만1800㎥. 이 중 누수로 인해 4만450㎥의 물이 새고 있다. 누수율을 도내 평균인 15.7%까지만 낮춰도 하루에 1만5050㎥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충남에서 20년 이상 된 노후 상수관로는 2224㎞. 교체 비용만 2048억원이 필요하다. 비용은 모두 각 시·군이 부담해야 한다. 박상목 예산군 예산팀장은 “관내 상수도관을 모두 정비하려면 280억원이 들어가는데, 1년 예산 4300억원 중 가용예산이 400억원에 불과해 매년 조금씩 정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서산시는 2006년부터 상수도 관리를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하면서 누수율을 28.5%에서 13.9%까지 낮췄다. 이에 예산군도 2012년 위탁운영을 시도했지만 공무원노조가 “수도요금이 인상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서산시 수도요금은 위탁 이후에도 큰 변함이 없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신규 투자를 통해 누수를 줄이면 생산단가를 낮추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에만 전국에서 상수관 누수로 6억5600 의 물이 손실됐다. 팔당호 저수량 2억5000만㎥의 2.6배 수준이다.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매년 5200억원에 달한다. 공주대 정상만(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과 충남 시·군의 누수율 차이는 자치단체장이 물 관리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라며 “중앙정부에 매달리기 전에 선심성 사업을 줄이고 노후관 교체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령·세종=신진호·김민상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1㎥=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부피의 단위다. 1㎥는 1000L다. 섭씨 4도인 물 1㎥의 무게는 1t이다. 이 때문에 ㎥와 t이 함께 쓰이지만 물의 양은 부피의 단위인 ㎥로 표시하는 게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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