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은 잘못 안 따지는 파탄주의
한국인 아내, 서울서 다시 소송
법원 “독일 판결, 한국서도 효력”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독일에서의 이혼 판결은 ‘파탄(破綻)주의’에 따른 것으로 한국 민법이 정한 이혼 사유와 다르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독일에선 배우자 잘못과 상관없이 결혼 생활이 파탄 나면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 법원은 바람을 피우는 등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유책(有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남편은 이혼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 내가 낸 소송으로 이혼을 하겠다”는 게 A씨 측 주장이었다. B씨와 C씨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도 청구했다.
하지만 1심은 “독일의 이혼 판결은 대한민국에서도 효력이 있다”며 A씨의 이혼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피고 B씨가 한국 민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독일에서 이혼 소송을 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의 위자료 청구에 대해선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B씨와 내연녀에 있다”며 B씨는 5000만원, C씨는 2000만원을 각각 A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자료의 경우 B씨 측 잘못이 명백해 A씨 입장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