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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한국 미술 가르칠 영어교재 턱없이 부족해요

중앙일보 2015.10.29 00:59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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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아 영국박물관 한국담당(左), 이정희 베를린 자유대 학과장(右)

“지난해 영국박물관 역사상 처음 한국컬렉션 큐레이터 직이 신설된 뒤 제가 첫 담당자로 뽑혔어요. 어깨가 무겁죠. 한국 유물을 활용한 ‘체험 테이블(Hands-On Table)’ 등 한국실을 찾는 관람객이 인상 깊게 한국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장기 프로젝트의 초석을 놓으렵니다.”

유럽 한국문화재 활용 포럼 참석
현수아 큐레이터·이정희 학과장

 엘레노어 현(39·한국이름 현수아) 영국박물관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뿌리가 깊지 않은 한국컬렉션의 기초를 깊이 파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26~28일 연 ‘2015 유럽지역 대상 한국문화재 활용 포럼’에 참석해 “행정 절차를 좇아 빨리빨리, 많이, 크게 등 외형에 치중했던 해외 박물관의 한국실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과 시카고대학에서 동양미술사를 전공하며 한국미술사에 눈을 떴다.

 “영국박물관 1년 입장객의 70%가 관광객이고 대부분이 한국실을 들릅니다. 그들이 보는 한국 유물이 곧 우리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작아도 야무진 구성을 만들어야죠.”

 현재 영국박물관 소장 한국컬렉션은 약 4000점으로 아시아부에 1500점, 동전·메달부에 2500점으로 나뉘어 있다.

 “초창기에는 한국 유물인 줄 몰라 중국이나 일본 유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이런 잘못을 바로잡는 데 몇십 년이 걸린 거죠.”

 이번 포럼에 독일어권 지역 전문가로 초청받은 이정희(60) 베를린 자유대학 동양미술사 학과장도 “중국이나 일본과 견주어 전시 면적이나 유물 규모 등 숫자만 따지는 기존 시각은 버려야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스위스의 개인 및 박물관 소장 한국미술 컬렉션의 실체가 상당수 비공개로 묻혀 있기 때문에 양국 전문가들 사이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과거 한국 문화재 소장자들은 대체로 외교관과 학자, 제약회사 같은 기업의 한국 파견자들, 옛 한국휴전중립국감시위원단으로 활동했던 스위스 군인들이 많았어요. 제게 감정을 의뢰했던 분들과 친분을 쌓으며 컬렉션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죠.”

 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부탁한 건 제대로 된 한국미술 관련 영어책이다. 수업용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있는 것도 엉터리 번역이 많아 학생들 앞에서 난처할 때가 많다고 했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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