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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에 이사 간다, 호랑이 안 부러운 사자

중앙일보 2015.10.29 00:50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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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이 열린 27일. 30년 동안 삼성을 응원했다는 야구팬 김의수(48)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구시민야구장을 찾았다. 홈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대구구장을 찾는다는 김씨는 “1993년 한국시리즈 3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대 최고의 투수 해태 선동열을 상대로 181개의 공을 던지며 15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던 삼성 박충식의 투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경기는 15회 연장 끝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라이온즈파크’ 내년 2월 완공
가장 낡은 대구구장 비 오면 늪으로
KIA는 지난해 새 구장 입주 마쳐
선수들 “통합 5연패로 유종의 미”

 삼성은 지난 2일 kt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33년간 사용했던 대구구장 고별행사를 치렀다. KS가 5차전에 끝난다면 2차전은 대구구장에서 열린 마지막 공식 경기가 된다. 6~7차전까지 간다면 대구구장에서 경기가 열린다.

 1948년 문을 연 대구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이다. 프로야구 최초로 삼성이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요람이었지만 낙후된 시설로 악명이 높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라운드는 늪을 방불케 했다. 2006년에는 안전진단 결과 붕괴 위험 판정을 받아 더그아웃에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경기 도중 조명이 꺼져 경기를 다음날로 미루는 촌극도 빚어졌다. 라이벌 KIA는 오래된 무등야구장(1965년 개장)에서 2014년 새로 지은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로 이사했다. 대구 팬들은 부러움을 감춘 채 2년을 더 기다렸다.

 새 야구장의 명칭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다. 삼성(500억원)과 대구시가 총 1666억원을 들여 수성구 연호동에 건설 중이다. 공정률은 83%다.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잔디 식재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새 야구장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관중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타원형인 다른 야구장과는 달리 팔각형으로 지었다. 팔각형 구조는 관중석에서 시야 확보가 쉽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사이를 최대한 밀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 3루 베이스에서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18.3m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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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장한 KIA챔피언스필드. KIA는 야구장 신축 이후 평균관중 1만 명 시대를 열었다. [중앙포토]

 그라운드를 남향이 아닌 북동향으로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6시 무렵 그라운드의 83%에 그늘이 지도록 설계했다. 홈 팬들을 고려해 전체 좌석의 55%를 홈 관중석(3루측)으로 배치했다. 전광판은 직사각형에서 벗어나 그라운드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제작했다. 그라운드의 흙과 그물망, 외야펜스 안전쿠션 등은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자재를 들여왔다. 11개 구역에 걸쳐 5000석의 이벤트석을 배치한 것도 팬들에 대한 배려다.

 관중석은 2만4000석이다. 입석을 포함한 최대 수용인원은 2만9000명 정도다. 기존 대구구장은 도심에 자리 잡고 있지만 대중 교통이 불편했다. 그러나 새 야구장은 지하철역(대공원역)과 가깝고, 15개가 넘는 버스 노선이 지나 편리하다. 수성IC가 인접해 있어 경산·포항 등 인접도시에서의 접근도 쉽다. 주차장이 1100석밖에 되지 않는 것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새 야구장은 국내 야구장 가운데 파울 지역이 가장 좁다. 1루 쪽에서 외야 쪽으로 바람이 불어 타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강타선을 자랑하는 삼성에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삼성은 정규시즌과 KS 통합 5연패를 이루고 새 야구장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과 선수들은 입을 모아 ‘유종의 미’를 강조하고 있다.

글=김원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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