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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수활동비의 비밀스러운 거품을 빼라

중앙일보 2015.10.29 00:35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에서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보다 81억원 늘어 8891억원이 책정된 것이다. 국정원·경찰·법무부 등이 늘었다. 특수활동비는 보안이 필요한 활동을 위한 예산이다. 정보기관의 수사·작전·정보수집이나 군·검찰·경찰의 조직 관리를 위한 경비다. 일반적인 업무추진비와 달리 이 예산은 집행 후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런 점을 이용해 일부 공직자나 기관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해 논란이 커져 왔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 운영위원장,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에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각각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로 사용한 적이 있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때 특수활동비를 개인통장에 넣어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는 중요한 결격 사유 중 하나가 됐다.

 지난 8월 말 임시국회에서 새정치연합은 예결위에 특수활동비만을 심사하는 기구를 두자고 주장하면서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야당의 이런 문제 제기로 특수활동비 내역을 엄격하게 정하고 전체 액수도 줄여야 한다는 공론이 확대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81억원이나 늘려 청구한 것이다. 물론 국회 심의에서 삭감될 것에 대비한 것이겠지만 이 같은 편성 자체는 사회의 요구와 어긋나는 것이다.

 예결특위는 지난 27일 ‘특수활동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편성을 최소로 줄이고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주장이었다. 국정원의 경우 국회 정보위가 비공개회의에서 집행내역을 엄격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가안보를 비롯해 국가기관이 비밀리에 예산을 써야 하는 분야들이 있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위장 뒤에서 국가 예산이 일부라도 공직자의 개인용도로 쓰인다면 이는 더욱더 ‘특수하게’ 잘못된 일이 될 것이다. 여야는 지난 8월의 특수활동비 논란 사태를 잊지 말고 특수활동비의 비밀스러운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특히 국회 비용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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