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보상금, 이의 제기할수록 왜 늘까

중앙일보 2015.10.29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불량주택재개발사업은 황금알 낳는 거위로 비유된 적이 있다.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번창하기 전인 1980년 대쯤 일인 것 같다. 당시 재개발사업은 낙후된 지역을 정비하는 효과와 함께 주택 공급원 역할까지 했다. 그때는 주택이 워낙 부족했던 터라 아파트 한채만 있으면 큰 돈을 버는 시절이었다.코딱지만한 헌집이라도 재개발이 될 경우 팔자가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재개발사업은 요즘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파트보다 현금 청산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아졌다.

 예전같으면 다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했을 텐데 왜 현금으로 환산해 달라고 하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게다.

 앞으로 아파트값이 별로 오르지 않을 것 같아 차라리 현금으로 받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아서다.

 그래서 현금 청산 희망자가 전체 조합원의 30%를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재개발구역이 많은 서울 성북구가 더욱 그렇다.

 문제는 현금 청산 조합원이 조합측의 평가금액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 조합원은 “평가금액이 왜 이것밖에 안되냐”며 이의를 제기하기 일쑤다. 현금 청산자의 대부분은 상급기관의 재결 판정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 상급기관의 결정에서 보상금액이 올라가는 일이 많아서다.

 성북구 장위5구역 재개발지구 사례를 보자. 한 현금 청산 조합원은 조합이 제시한 보상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판정을 받아냈다. 그곳에서 결정한 보상금은 처음 조합이 제시했던 금액보다 11억원 가량 높았다. 현금 청산 조합원은 그것도 적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관련 법의 규정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조치다. 물론 자기 재산에 대한 보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지방토지수용위원를 거쳐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요청까지 할 수 있다.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된다.

 그렇다면 왜 상급기관으로 올라갈수록 보상금이 늘어나는 일이 생길까. 처음 보상금액을 정할 때 지방토지수용위원회·조합·현금 청산자 측에서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사가 감정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보상금을 결정하는데도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과정에서 금액이 달라지느냐는 얘기다. 평가 시점 간격이 고작 3~4개월 밖에 안되는데도 평가액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감정평가사가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지 아니면 토지수용위원회가 민원문제 해결차원에서 가격을 적당히 올려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한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한다면 이런 행정 낭비는 없지 않을까 싶다. 모든 보상 문제가 단칼에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상을 받는 측 대부분은 보상금 문제를 최상급기관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단 이의를 제기하면 보상금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이의를 달수록 돈이 더 생기는 경우가 벌어지니 그럴만도 하다.

 이런 현상은 담당 공무원의 관리·감독 부실에서 오는 것 아니겠나.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