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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전문대 통합한 ‘유니테크’ … 졸업하면 바로 입사

중앙일보 2015.10.29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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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음성에 자리한 한국고용정보원에는 매년 3~5명의 독일 대학생이 찾아온다. 견학하는 게 아니다. 4~6주 정도 실제로 근무한다. 근무실적이 독일 대학에선 현장실습 점수로 환산된다. 고용정보원에 학생을 보낸 독일 만하임 고용대학(HdBa)의 야세민 쾨르텍 교수는 “전문성을 갖춘 고용서비스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선 고용현장을 직접 겪고, 다양한 형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학하는 동안 4~6주 간의 현장실습을 4차례에 걸쳐 기업 등에서 수행토록 한다. 실습 시간이 모자라거나 해당 기업에서의 근무성적이 좋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독일에선 대학뿐 아니라 고교 때부터 이런 현장실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는 졸업한 뒤 자신이 체험한 기업에 취업한다. 이게 세계를 선도하는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이 많은 독일의 숨은 경쟁력이다.

2017년까지 전국으로 실업고 확대
5년간 학과·현장실무 교육 받아
“별도 신입사원 교육 필요 없어”
4년제 13곳서도 일·학습 병행제
뒷받침할 법안은 상임위서 낮잠


 한국도 이런 제도에 눈을 떴다. 현장과 괴리된 이론 중심의 학교 수업에서 군살을 쏙 빼는 작업이다. 올해부터 고교와 전문대를 통합한 5년제 유니테크(Uni-Tech)가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고교와 전문대를 오가며 교육받는다. 여기에 기업이 참여해 생산현장에서 실무경험을 다진다. 고교를 졸업하면 자동으로 전문대에 진학하고, 전문대 졸업 뒤에는 기업에 취업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 유한양행, 현대제철, CJ푸드빌 쌍용차서비스, 성우하이텍 같은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신입사원을 뽑으면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고, 기업 문화를 조기에 익히기 때문에 조직 융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기업 관계자의 공통된 견해다.

 4년제 대학에도 이런 형태의 산학 실습형 학과제가 올해 9월부터 시범 시행되고 있다. 인하대, 숙명여대, 가천대, 대구한의대, 강원대 등 13개 대학에서다. IPP(장기현장실습형 일·학습병행제)이다. 갈수록 직무와 능력을 따져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책상에 앉아 이론 중심으로 공부하다가는 취업문턱을 넘기가 힘들어 진다는 얘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3학년 때부터 학기별로 4~6개월 가량 기업에 나가 현장실습을 한다. 현재 13개 시범 대학과 손잡은 기업은 652개에 달한다. 몇 해 전부터 IPP를 운영해온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졸업생 가운데 IPP를 수행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14%포인트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업에서 일을 해도 학생이란 이유로 근로자 대접을 못 받는다. 기업이 주도적으로 훈련과정을 짜도 교육과정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민간에만 맡기다 보니 국가기술자격증 부여와 같은 국가 수준의 훈련의 질 관리도 허술해질 위험이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제도는 좋은데 정부가 바뀌면 계속 되겠느냐”며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관련 법제도가 구비되지 않아서다. 독일은 직업교육훈련법으로, 스위스는 직업훈련법으로 학생 근로자를 보호, 지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가 된 적이 없다. 이 법에는 ▶학습근로자에 휴일이나 야간 근로 금지 ▶해당기업 숙련근로자를 기업현장 교사(교수)로 위촉 ▶학습근로자와 근로계약 체결 의무화 ▶국가기술자격 부여 ▶학습근로자와 일반 근로자간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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