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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운전자 교통사고율 5년 새 2배

중앙일보 2015.10.28 02:02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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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82세 홍모씨가 몰던 택시가 서울 신라호텔 회전문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중앙포토]

지난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주차장에서 그랜저 모범택시 운전자 서모(75)씨가 포르셰 911 카레라 4S 등 수퍼카 두 대와 국산 대형차 두 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 수리비만 5억원이 넘는 바람에 이 사고는 ‘5억 교통사고’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서씨는 경찰에서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블랙박스 영상을 살펴본 경찰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10년 5.6% → 작년 9.1% 급증
반응속도 늦어 신호 위반 등 많아
정부, 인지기능 검사 등 대책 마련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10건 중 한 건이 이처럼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에 의한 사고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5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비율은 9.1%로 조사됐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운전대까지 덮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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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노인 운전자에 의한 사고 비율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전체 교통사고 중 노인 운전자에 의한 사고 비율은 5.6%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2012년에는 6.8%로 늘었고, 2013년에는 8.2%를 기록해 한 해 동안 1.4%포인트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 박길수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장은 “노인 운전자는 청장년층과 비교해 신호 위반, 교차로통행방법 위반 등으로 인한 사고율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며 “판단력 및 신체반응속도 저하가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단 조사에 따르면 노인 운전자는 청장년층에 비해 반응시간 항목에서 10㎳(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 느렸다. 시속 100㎞로 달린다고 가정할 경우 0.28m를 더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정부도 노인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달 발표된 ‘제3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 계획’에서 2017년부터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있다.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안전교육 수강도 의무화되며, 5년 단위로 이뤄지는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도 3년 등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해외에선 면허반납제도 등도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98년부터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자신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교통과학연구원 강수철 박사는 “‘젊은 사람 못지않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무료로 운영되는 어르신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등을 활용해 인지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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