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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누르면 “이웃 위해 담배 끄세요” … 흡연율 1위 인천의 실험

중앙일보 2015.10.28 01:37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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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지난달 동인천역 북광장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금연벨. 버튼을 누르면 5~10초 뒤에 “금연구역이니 흡연을 중지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인천시는 올해 주요 금연구역 21곳에 이어 내년엔 시내 대부분의 금연구역에 금연벨을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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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인천시 동인천역 북광장 버스정류장. 승강장에 들어선 50대 남성 2명이 담배를 입에 물자 이내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곳곳에 ‘금연구역’이란 안내판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 “딩동댕동” 하는 알림음과 함께 방송이 흘러나왔다. “금연구역입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가되는 구역이므로 이웃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 흡연을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두 남성은 머쓱한 듯 황급히 담배를 끄더니 손짓을 하며 냄새를 쫓았다.

정류장 등 거리 흡연 민원 안 줄자
인파 몰리는 시내 21곳 ‘금연벨’
방송 나오자 황급히 담배 끄기도
“미흡한 점 보완해 내년 더욱 확대”

 방송이 나온 곳은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금연벨.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를 통해 ‘금연구역’임을 알려주는 장치다. 정인교 인천시 동구보건소 금연지도원은 “올해부터 버스정류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흡연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며 “하지만 금연벨이 설치된 뒤엔 방송이 나오면 정류장뿐 아니라 뒤편 광장에 있는 사람들까지 놀라서 담배를 끄곤 한다”고 말했다.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인천시가 이번엔 금연벨을 전면 도입하고 나섰다. 경기도 시흥·양주시 등 일부 기초단체에서 금연벨을 설치하긴 했지만 이처럼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본격 도입한 것은 인천시가 처음이다.

 인천시가 흡연 줄이기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까닭은 흡연율이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경인지방통계청의 ‘2014 수도권 사회지표’에 따르면 인천 지역의 20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25.0%로 서울시(20.8%)와 경기도(23.9%) 흡연율보다 1.1~4.2%포인트 높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도 인천 지역 흡연율은 25.6%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자 인천시는 강도 높은 금연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100㎡ 미만의 음식점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지난해 3만452곳이던 금연구역을 6만1887곳으로 확대했다. 단속 인력도 지난해 18명에서 올해 96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흡연 관련 민원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강신원 인천시 보건복지국장은 “금연구역 확대 등으로 실내 금연은 많이 줄어든 반면 길거리나 버스정류장 등 야외 흡연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야외 흡연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금연벨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말 1100만원을 들여 남동구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버스정류장과 중구 월미 문화의 거리 등 주요 금연구역 21곳에 금연벨을 설치했다. 버튼을 누르고 5~10초 뒤에 방송이 시작돼 누가 눌렀는지 알 수 없게 돼 있어 흡연자와의 마찰도 피할 수 있다. 대학생 박영진(22·여·인천시 중구)씨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발견해도 대부분 나보다 어른인 데다 싸움이라도 날까 싶어 참고 지나치곤 했는데 금연벨은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 편리하다”며 반겼다. 인천시는 금연벨을 설치한 뒤 흡연 관련 신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금연벨은 500원 동전 크기의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데 ‘벨을 누르면 금연 안내방송이 나옵니다’라는 작은 스티커만 붙어있을 뿐 별도의 알림판은 없다.

 버스정류장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선 방송이 들리지 않는 문제점도 발견됐다. 또 주안역 광장 등에 설치된 일부 금연벨은 아예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안상복 인천시 건강진흥팀장은 “홍보 부족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내년엔 금연벨 설치 장소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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