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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행진 니퍼트, 그 뒤에 양의지

중앙일보 2015.10.28 01:02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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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사냥꾼’ 니퍼트(왼쪽)가 27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두산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니퍼트의 철벽투 뒤에는 ‘작은 감독’ 역할을 한 포수 양의지가 있었다. 4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니퍼트와 양의지.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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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곰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 베어스가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6-1로 꺾었다. 1승1패가 된 두 팀은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 29일부터 3∼5차전을 치른다.

두산 6 - 1 삼성
포수 출신 현재윤이 본 2차전
니퍼트는 몸쪽 직구로 타자 흔들고
양의지는 유인구 요구해 또 흔들고
리드 잡자 공격적인 공 배합 주문
준PO부터 24.1이닝 무실점 도와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34)는 7이닝 동안 3피안타·무실점 호투로 경기 최우수선수가 됐다. 삼성 선발 장원삼(32)도 4회까지 1피안타·무실점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5회 6안타를 맞으며 4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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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투수의 공 배합을 리드하고, 야수 전체를 이끄는 포수의 역할도 투수 못지않다. KS 2차전에는 삼성 포수 출신으로 2002·2010년 KS를 경험한 현재윤(36)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포수의 시각으로 경기를 짚어봤다. (※괄호 안이 현 위원의 해설.)


 삼성 선발 장원삼은 정규시즌 때 백업포수 이흥련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이흥련이 아닌 주전포수 이지영을 기용했다. 류 감독은 “(큰 경기에선) 이지영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의 리드는 장원삼의 패턴을 최대한 살리는 쪽이었다. 바깥쪽 직구로 볼카운트를 잡고, 유인구로 슬라이더를 던지고, 바깥쪽 체인지업을 떨어뜨리는 게 장원삼이 가장 좋아하는 배합이다. 이날 장원삼의 체인지업 낙폭이 꽤 컸다. 이지영은 이를 잘 활용해 초반 호투를 이끌었다.)

 니퍼트는 1회 말 삼성 선두타자 박한이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두산은 니퍼트를 앞세워 2차전 초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두산 포수 양의지가 공격적인 리드를 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영리한 선택이었다. 니퍼트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몸쪽 직구를 잘 던진다. 삼성 타자들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타자에게 불리한 볼카운트 때 양의지는 슬라이더 등 유인구를 요구했다.)

 니퍼트는 3회 말 1사 후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줬다. 3볼-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공을 주심이 볼로 판정하자 니퍼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김상수는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양의지의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갔다. 그러나 박한이·박해민이 삼진으로 물러나 삼성은 선취점을 얻지 못했다.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줄 때 양의지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미트를 넣는 ‘프레이밍’을 더 오래 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볼 판정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니퍼트는 흥분했고, 두산의 위기였다. 그러나 양의지는 배짱 있게 몸쪽을 찌르는 공을 요구해 타자들을 압박했다. 이날 외야에서 내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장타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을 양의지가 잘 파악했다.)

 두산은 5회 초 2사 3루에서 김재호의 적시타로 선제점을 얻었다. 허경민이 안타를 쳤고, 박건우의 직선타가 장원삼의 왼 발목을 강타하며 내야안타가 됐다. 두산은 민병헌의 2타점 적시타, 김현수의 1타점 적시타로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타선이 한 바퀴 돌면서 두산 타자들이 삼성 배터리의 패턴을 파악했다. 장원삼의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는 시점이었다. 장원삼이 중심 발에 부상을 입어 투구에 힘을 100% 싣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나 삼성 배터리는 직구 위주의 승부를 계속하다 대량 실점을 했다. 장원삼의 힘이 떨어지는 타이밍을 잘 잡아 공 배합을 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니퍼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24와3분의1이닝 무실점을 이어갔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이닝 무실점 신기록이다. 니퍼트는 두산 불펜의 부담을 줄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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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으로선 이기는 것만큼이나 투수진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게 중요했다. 양의지는 리드를 잡자 더욱 공격적인 공 배합을 했다. 니퍼트의 투구수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니퍼트는 92개만 던지고 내려가면서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됐다. 양의지는 큰 그림을 그리며 경기를 풀어가는 ‘작은 감독’ 같았다.)

대구=김식 기자, 현재윤 해설위원 seek@joongang.co.kr

양팀 감독의 말

▶김태형 두산 감독=1승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니퍼트가 에이스답게 잘 던져줬다. 정규시즌 때 못해 준 걸 지금 해주는 것 같다. 1차전에서 부상으로 빠진 정수빈의 공백은 박건우가 잘 메워줬다. 경기를 치르면서 중간 투수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만 야수들의 컨디션은 전체적으로 괜찮다. 3차전 선발은 장원준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니퍼트를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빠른 직구에 슬라이더도 낮게 들어오더라. 장원삼이 잘 던지다가 5회 연속 5안타를 맞고 4실점 한 게 아쉽다. 3회 1사 3루에서 점수를 낼 기회를 살리지 못해 흐름이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3차전은 클로이드가 선발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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