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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금융기관을 규제에서 해방시켜라

중앙일보 2015.10.28 00:31 종합 3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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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현 정부의 경제팀은 지금이 금융개혁의 최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하면서 과감하고 신속한 추진 의지를 공언하고 있으나 추진 방향이 분명하고 초점이 잘 맞춰져 있지 않으면 성공한 개혁으로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다. 17년 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무려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금융회사를 일제히 정리하고 모든 은행을 클린뱅크로 만들어 놓았으며 통합금융감독 체제도 확립하는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그 뒤로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금융개혁을 강조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금융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그 주된 이유는 역대 정부가 금융 부문을 실물생산 부문을 원활히 지원하는 보조기관으로 생각했을 뿐 스스로의 혁신 능력으로 경쟁력을 높여 이익을 증대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산업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민간 금융기관을 정부 규제의 그물망에서 해방된 금융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로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비로소 개혁다운 개혁이 될 것이다. 개혁의 초점을 금융기관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데 맞출 것이 아니라 감독기관들이 먼저 스스로의 변화를 솔선수범하는 데 맞춰야 금융기관들의 변화가 뒤따른다는 얘기다. 금융 부문은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이 크고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도 정부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영국·유럽연합(EU) 등 금융 선진국들이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강화한다든지, 겸업에 따른 도덕적 해이나 과도한 신용 창출에 의한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는 규제 강화를 추진했으나 기본적으로 금융회사들의 자율 경영의 큰 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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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으나 아직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가로막는 칸막이 규제 때문에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증권업에 대한 진입 규제나 자산운영업에 대한 행위 규제 때문에 자본시장 고유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민간 금융회사들의 자율적 혁신 능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개혁은 정부 당국의 거시건정성 감독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효율화하는 노력과 병행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큰 고통과 피해를 안겨줬던 종금사·카드사·저축은행 사태 같은 집단적 금융사고가 재발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먼저 은행의 경우는 거시건정성 규제를 바젤협약Ⅲ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금융 선진국들과 규제 강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선진국들에 비해 낡고 관료적인 미시적 행위 규제와 적발 위주의 검사 관행,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그림자 규제 등을 일괄 폐지하는 개혁, 즉 감독·검사·제재 등 전체 프로세스 혁신을 단행하는 데 개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금융회사들이 자금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경영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배당 등의 자율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금융회사 간부들의 보신적 경영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그러려면 은행 인사나 경영 활동에 대한 불투명한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창의적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글로벌 인재들도 적극 영입하는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3000여 개에 달하는 좀비 기업들이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 회사를 보강해 정부의 직접 개입 없이 시장 기능에 따라 부실 채권이 정리되도록 뒷받침하되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산은·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IT 기술을 활용하는 핀테크도 금융회사들의 경영효율화 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는 IT 기술이 선진국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을 줄일수록 핀테크 혁신 효과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정부가 이번 금융개혁의 초점을 자본시장이 중심이 되는 금융구조로의 전환에 맞춘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이 특성에 맞게 발달돼야 중소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되고 벤처기업들의 창업자금 조달과 투자자금 회수가 뒷받침될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규제 강도가 높은 증권업의 인허가 요인을 완화화고 외환업무 규제도 완화해 점증하는 해외증권 투자 수요를 감당하고 증권업의 국제화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모펀드의 설립과 운용 및 판매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끝으로 이번 금융개혁을 성공시키려면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토록 해 금융위가 만드는 규제개혁 방안이 금감원에서 제대로 실천되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은의 금융 안정 기능을 살려 거시건정성 위협 요인을 미리미리 진단하고 금융위와 협력해 대응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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