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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서울은 40대, 강남은 30대

중앙일보 2015.10.28 00:10 강남통신 1면 지면보기
강남 인구 이동 리포트②
 서울 시민의 평균 나이는 40.2세다. 강남·서초·송파구는 그보다 젊다. 강남구와 송파구 38.8세, 서초구 38.6세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에 평균 연령이 가장 낮다. 평균 연령대가 가장 높은 중구(42.9세), 종로구(42.5세), 강북구(42.2세)보다 세 살 이상 젊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서울 평균 11.8%에 비해 낮은 9~10%대다. 하지만 동마다 사정은 각각 달랐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4%를 돌파하며 고령 사회에 진입한 곳도 있다. 서울시 통계정보시스템과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활용해 연령별 인구 분포를 분석하고 그 이유를 알아봤다.

좋은 학군, 새 아파트 찾아
젊은층 대치1동·잠실2동에
압구정·수서동 고령화 빨라

  
강남·서초·송파구가 다른 구보다 젊은 이유에 대해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과학부 교수는 “아파트값이 오르며 젊은 인구가 시외로 빠져나가 서울 시내 거주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 그러나 강남 3구는 교육 환경과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30~40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곡동(강남구)·내곡동(서초구)에 보금자리 지구가 개발되면서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학군과 아파트의 종류에 따라 지역별 인구 구성에는 차이가 있었다. 수서동의 평균 연령은 45.4세(2014년 기준), 대치1동은 36.3세로 9세 차이가 났다. 서초구에서는 반포2동의 평균 연령이 가장 낮았고, 방배3동이 가장 높았다. 송파구에선 잠실2동이 가장 젊은 지역이었다. 이미 고령 사회에 접어든 곳도 있었다. 수서동·압구정동·잠실7동은 65세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섰다.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동별 특징을 지난 10년간의 이동을 통해 들여다봤다. 
 65세 이상 압구정 14%, 대치1동 7%
강남 안에서도 ‘고령 양극화’ 현상
오래된 주택 지구, 노인 비중도 큰 편


잠실 2동 10년 만에 젊은 동으로 급변
“초·중·고 늘면서 30~40대 학부모 이주”
월세 수입 위해 노년층 외곽으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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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은 평균 연령 40.1세로 강남구 안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지난 10년간 8%대에서 14%대로 증가했다. 수서동에 이어 두 번째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사진은 지난 25일 현대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주차장 풍경.

“30년 동안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살았어요. 초·중·고교와 백화점·재래시장 등 편의 시설들이 근처에 다 있어서 살기 편해요. 한 번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잘 안 나가죠.” 지난 20일 압구정동에서 만난 주부 백모(68)씨의 말이다.
 
압구정동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05년 8.2%에서 2014년 14.1%로 늘었다. 수서동을 제외하고 강남구 내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동이다. 대치동은 이 비중이 7.1%였다. 진원환 영신부동산중개사 대표는 “입주 때부터 살고 있는 50~60대 중장년층은 동네 안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안 떠난다. 사회적 지위와 명망 있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지역 전세가가 높아져 30~40대 인구의 유입이 둔한 것도 이유다. 구현대 1차 아파트 43평(142㎡)의 전세가는 2005년 3억5000만원(최고가 기준)에서 2014년 7억5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일부 젊은 압구정동 주민이 2008년 래미안·자이 등 새 아파트가 들어선 반포로 떠났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대아파트 35평은 복도식 구조인 데다 화장실이 하나다. 젊은 사람이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일부 주민은 내부를 개조해서 지내지만 아예 새 아파트를 찾아 옮긴 주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평균 연령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느린 지역은 대부분 학군이 좋고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다. 명문고와 학원가가 밀집한 대치동과 도곡동, 그리고 역삼동이 대표적이다. 역삼2동은 대치1동(36.3세)에 이어 평균 연령이 강남구에서 가장 낮은 36.5세다. 이 지역에는 진선여고와 도성초가 있고 동부센트레빌·역삼푸르지오·래미안 아파트가 있다. 지난 23일 도성초에서 하교한 자녀와 귀가하던 주부 김모(37)씨는 “두 딸을 진선여중과 진선여고를 보낼 생각으로 이사 왔다. 대치동 학원가도 가까운 거리”라고 말했다.

근처 역삼1동은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2호선 역삼역과 강남역을 잇는 도로가 있고 그 위에는 강남파이낸스센터·현대해상·포스코타워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이 자리 잡고 있다. 비교적 주거비가 저렴한 빌라나 단독주택이 많다. 강남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전모(29)씨는 “회사에 걸어 다닐 수 있는 역삼1동에 원룸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회사뿐 아니라 자격증 학원도 많은 곳이다. 보증금 1000만원, 월 70만~80만원선을 내고 지내는 직장인들이 있고, 요즘엔 방 한 칸을 찾는 20~30대 직장 초년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한 해에 전체 3분의 1에 달하는 주민이 이사할 정도로 유출입이 심하다. 상당수가 20~30대 젊은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세곡동, 보금자리가 고령화 시계 멈춰

수서동에 고령 인구가 많은 건 1992년 수서동 택지개발지구가 만들어지면서 세워진 도시개발·주공 아파트 때문이다. 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입주해 살고 있다. 20일 찾은 이곳에는 휠체어를 탄 노인과 수화로 이야기하는 50대 장애인이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에는 4045가구가 살고 있다. 수서동 전체 주민(7226가구)의 절반이 넘는다. 이곳의 평균 연령은 45.4세다. 노인 인구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05년 10.5%에서 18.3%로 증가했다. 정제성 수서동주민센터 행정팀장은 “92년 당시 40~50대에 이 아파트에 들어온 사람들이 강남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지 못한 채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히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일원1동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평균 연령 41.4세로 수서동에 이어 강남구 안에서 평균 연령이 두 번째로 높다. 일원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수서동처럼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많다. 임대아파트가 전체 7400여 가구의 30%(2100여 가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임대아파트 주민이 떠나지 않다 보니 젊은 학부모나 직장인의 유입이 적은 이유다.

반면 이곳에서 1.5㎞ 떨어진 일원본동은 사정이 다르다. 총 2000여 가구 규모의 목련타운·까치마을 아파트를 중심으로 30~40대 학부모들과 신혼부부가 많이 산다. 대왕중 등 학군도 좋다. 이 때문에 이곳의 평균 연령은 37.2세로 수서동이나 일원1동보다 낮다. 이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데시앙포레 아파트(778가구)가 최근 준공돼 30~40대 인구가 많이 입주했다.”고 말했다. 까치마을아파트에 사는 장모(35)씨는 “학교와 아파트가 많고 유해환경이 적어 자녀 키우기 좋다”고 말했다.

세곡동과 내곡동은 최근 큰 변화를 겪은 지역이다. 2009년 보금자리 지구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노인 인구 비중이 강남에서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의 유입이 늘면서 가장 젊은 축에 드는 지역이 됐다. 이광우 세곡동 주민센터장은 “보금자리 아파트의 입주 대상 중에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가 많았다. 어린이집이 43곳으로 강남에서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나 교통 인프라가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엔 불만이 늘었다. 개포동에서 세곡동으로 이사 왔다는 직장인 김모(40)씨는 “은행도 없고, 지하철도 주위에 없다. 차량 정체도 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학부모는 “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어 자녀를 세종고(수서동)까지 보내야 한다”며 “단 2017년 풍문여고가 세곡동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반포1·2동 주민 “전셋값 비싸도 교육 때문에”
 
지난 23일 반포1동 자이아파트의 자이안센터 앞. 30대 중반의 주부 3~4명이 유모차를 끌고 있었다. 중고교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사이를 쌩쌩 지나갔다. 반포1동과 반포2동의 평균 연령은 각각 37.3세, 37세로 서울시 평균(40.2)이나 서초구 평균(38.6세)보다 낮다. 반포1동의 자이아파트는 3410가구가 살고 있다. 서초구 아파트 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자이아파트 단지 안에 원촌중 등 학교가 여럿 있고, 헬스장·독서실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반포타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학군이 좋다 보니 30~40대 학부모에게 인기가 좋다”고 귀띔했다. 한 40대 원촌중 학부모는 “35평 아파트 전셋값이 3년 전 8억원이었는데 올해 12억원대로 크게 올랐다. 집값은 비싸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그냥 산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학부모가 아닌 젊은층도 많이 거주한다. 반포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사평로와 논현로를 사이를 두고 고시원이 많다.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이 주로 거주한다”고 말했다.

반포동과 달리 방배동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방배우성·래미안(방배2동), 래미안아트힐(방배3동) 등 아파트도 있지만 허름하고 오래된 빌라가 많은 곳이다. 그런 오래된 집들은 젊은층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빌라촌이 재개발에 돌입하면서 이 지역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도 젊은 인구의 유입을 이끄는 요인이다. 주민 박모(57)씨는 “최근에 아파트값이 올라 이 일대 낡은 빌라로 오는 신혼부부가 늘었다. 25평짜리 빌라 전세가 2억~3억원에 불과하니 강남권 비싼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민 오모(62)씨는 “재개발이 끝나고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세를 주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고 젊은 인구도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잠실2동, 나이 든 잠실7동

송파구에서 가장 젊은 곳은 잠실2동이다. 평균 연령은 34.8세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6.6%로 송파구에서 가장 낮았다. 2008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엘스·리센츠 아파트가 잠일초·잠신중·잠신고 등 초·중·고교 주위로 들어서면서 젊은 인구가 급속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성원 잠실공인중개사 대표는 “주로 학군을 보고 들어오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노년층이 많았다는 이 대표는 “이곳의 집을 팔고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노인들이 많다. 집 판 돈으로 외곽의 작은 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구입해서 정기적인 월세 수입을 올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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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년 잠일초·잠신고 인근에 세워진 엘스·트리지움 아파트에 학부모가 많이 입주하면서 잠실2~3동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지난 25일 오후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한 단지 앞에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잠실7동(41.2세)은 송파구에서 평균 연령이 다섯 번째로 높다. 2005년 8.5%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4년 14.7%로 증가해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만 1356가구가 살고 있는데 준공(1986년) 당시 입주한 원주민 가운데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만난 정모(70)씨는 “이 동네를 떠난 원주민이 별로 없다. 주변에 백화점 등 편의시설이 많고, 자연환경도 좋아 살기 좋다”고 말했다. 한 남성(73)은 “이곳은 큰 평형대가 많아서 작은 평형대 아파트부터 조금씩 늘려가며 이사하는 젊은 사람들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송파구가 휘문고 등 명문고로 배정받을 수 있는 강남 8학군에 제외되면서 아파트 인기가 다소 주춤해진 것도 이유다. 아시아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학군 좋은 강남구로 빠져나가면서 입주 때보다 노년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39가구)는 학군 때문에 오는 30~40대 학부모들이 많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보성고와 창덕여고 등이 있어서 자녀가 있는 40대 중후반들이 이곳으로 많이 온다. 또 살다 보니 주거 환경이 좋아서 아예 눌러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륜동의 평균 나이는 38세이며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2단지에 거주한다는 50대 직장인 윤모씨는 “50~68평대 아파트가 상당수 복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자녀가 결혼한 후에도 층을 나눠 함께 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글=조진형·정현진·조한대 기자 enish@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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