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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토크④ 직화구이] “갈빗살은 쫄깃, 부채살은 담백함이 매력”

중앙일보 2015.10.28 00:10 강남통신 1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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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식당의 이준복 셰프(왼쪽)와 음식 평론가 강지영씨가 직화로 구운 고기를 맛보며 직화구이의 유래와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江南通新이 ‘육감(肉感)토크’를 연재합니다. 요리연구가, 셰프, 음식평론가 등 음식 전문가들이 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최근 고기 소비량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조리법이 다양해지고 먹는 부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육식당이 늘어나고 캠핑 문화가 자리 잡으며 한국인의 ‘고기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육식의 매력입니다. 육감토크에서는 다양한 고기 맛집을 찾아 그 유래와 맛의 비결을 알아봅니다. 네 번째는 직화구이입니다.

두 번 구운 숯 쓰면 빨리 익고 육즙 많아
과거엔 석쇠 대신 젖은 나무판에 굽기도
냉동육은 냉장실에서 이틀 이상 해동해야

 
10세기 전 고려시대 귀족들은 눈 오는 밤 화로에 숯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었다. ‘설야적’(雪夜炙)이라고 부르던 이 음식은 조선시대 시집 『해동죽지』에도 나온다. ‘양념한 쇠갈비나 염통을 굽다가 센 숯불에 익히면 겨울밤 술안주로 최고’라고 했다.

 지금은 ‘세 집 건너 하나 있다’고 할 만큼 흔해졌지만 과거 직화구이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직화구이의 기원은 통일신라 때 국교가 불교로 바뀌기 전, 중국의 맥족이 고구려인들에게 전한 맥적(貊炙)이다.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운 맥적, 양념한 고기를 넓적하게 썰어 석쇠에 구운 너비아니, 얇게 저며 양념한 불고기 등 고기 손질법과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이 모든 요리를 총칭하는 직화구이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요리’다. 매캐한 불맛과 즉석에서 배어 나온 촉촉한 육즙이 직화구이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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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식감의 갈빗살

 가락동에 위치한 ‘불소식당’은 매장에서 직접 구운 숯과 자체 제작한 불판에 미국산 고기를 구워주는 정통 직화구이집이다. 불소식당의 메뉴 구성과 레시피 개발을 총괄하는 이준복 R&D 셰프는 “고기를 손질하고, 양념과 숙성 과정을 거쳐 미리 준비한 숯을 제때 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나무와 볏짚으로 지은 옛날 집에서는 불이 날까 봐 엄두도 내지 못했고 넓은 마당과 야외 부엌 시설이 있는 양반집에서만 먹었다. 지금도 가정식이라기보다는 외식 메뉴로 인기가 높다.

 지난 22일 음식평론가 강지영씨가 불소식당을 찾았다. 두 살 때부터 고기 맛을 알아 평생 서울 시내 이름 난 고깃집 중 안 가본 데가 없다는 육식 매니어다. 강씨는 “쇠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불소식당이 어떤 스타일로 고기를 굽는지 궁금해서 들렀다”고 했다.

 고기가 준비되는 동안 강씨는 어린 시절 즐겨 찾던 고깃집 얘기를 들려줬다. 유명한 고깃집들은 홍릉과 태릉에 많았다. 숲이 우거져 숯 생산이 많았던 지역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이 자라 숯도 주로 소나무 숯을 썼다. 외국에서는 화력이 좋고 열기를 오래 간직하는 참나무나 향이 좋은 과일·꽃 나무를 써서 굽기도 한다. 지금은 숯 위에 철판이나 석쇠를 얹지만 강씨가 어렸을 때는 물에 여러 번 담금질한 나무통에 고기를 구워주는 옛날식 고깃집도 있었다. 철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조선시대 양반들은 나무판을 썼다. 이준복 셰프에 따르면 “고기 품질도 중요하지만 숯·불판도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불소식당에서는 두 번 구운 숯을 쓴다. 불이 빨리 붙고 불꽃이 튀지 않아 겉은 빨리 익고 속은 육즙을 오래 간직해 고기 맛이 좋다.

 대화 도중 식탁 위에 부채살과 갈빗살, 쇠갈비가 차례로 놓였다. 세 가지 부위는 나라별, 부위별 수십 가지 고기를 맛봤던 이 셰프가 직접 선정한 것이다. 고기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쇠고기를 쓴다. 이 셰프는 “하루 평균 100kg 이상 고기가 팔리는 만큼 품질이 일정하고 부위별로 규격화된 고기를 꾸준히 공수하는 게 식당의 숙제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산으로 결정한 이유는 농장 및 가공장의 체계적인 검역과 생산 시스템을 거쳐 품질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세 가지 고기 모두 식감과 맛이 달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했다. “갈빗살은 식감이 쫄깃하고 고소해서 사람들이 좋아해요. 쇠갈비는 뼈와 닿아 있어 갈빗살과 비슷하지만 진하고 깊은 풍미가 있지요. 부채살은 그에 비해 식감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고요”라고 했다. 강씨는 “예전에는 인기가 없던 토시살이나 살치살도 요즘은 구이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토시살은 소 한 마리에서 얻는 양이 가장 적고 연한 부위다. 살치살은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좋아 직화구이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셰프는 집에서 맛있는 직화구이를 하는 방법을 이렇게 말했다. “냉동육의 경우 냉장고에서 이틀 이상 냉장 해동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진다”고 말했다. 양념하지 않은 생육은 센 불에 강하게 굽고, 양념한 고기는 타지 않도록 약 불에 은은하게 구워야 한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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