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우조선 노조 자구계획 동의 … 4조+α 받을까

중앙일보 2015.10.28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3분기까지 4조300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83억원 흑자였지만 올해는 적자가 급증했다. 매출은 9조29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나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는 이런 내용의 실적을 27일 공시했다. 이렇게 적자가 급증한 데 대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최근 실사 과정에서 파악된 총예정원가 추가반영분, 드릴십 계약해지,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등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현재 생산과 영업활동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만 이뤄지면 4분기부터는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에 임금동결·파업자제 약속
올 3분기까지 4조3003억 영업손실
부채비율 600%, 독자생존 의문 속
내일 경영정상화방안 지원 확정

 이렇게 회사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이날 채권단에 임금동결과 파업 자제를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 동의서를 제출했다.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불사하겠다”는 정부·채권단의 압박과 유례없는 적자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긴급 수혈을 통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4조원+α’ 지원을 골자로 하는 경영정상화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우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총 3조원의 신규대출을 해 주고, 산업은행이 1조원을 유상증자한다. 이와 함께 ▶산은·수은의 채권 일부 출자전환 ▶시중은행 대출만기연장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확대 같은 지원책도 추가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 노조는 26일 성명을 통해 “지금의 대우조선 사태는 2013년 STX조선해양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며 “법정관리가 되더라도 원칙에 근거한 구조조정을 하라”고 요구했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었는데도 국민경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 수위를 낮췄다가 지금도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다. 2년간 4조5000억원을 수혈 받은 STX조선은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대규모 지원에도 독자 생존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는 17조4550억원(상반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600%가 넘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16조7862억원)보다 부채가 많다.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132.3%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이미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익명을 원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저가 수주에 나서 당시 척당 2억5000만 달러 선이었던 LNG선 수주가가 2억 달러 대까지 떨어졌었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 뿐 아니라 국내 조선 3사를 실적 부진의 늪에 빠뜨린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 잔량이 많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대우조선해양 측 관계자는 “전체 수주량 중 55%인 해양 비중을 40%선까지 낮추고 일반 선박 비중을 50%(현재 35%선)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당분간 플랜트 수주는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노조 집행부가 채권단에 백기 투항했다는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생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노조가 약속한 ‘파업 자제’ 노력 역시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10개 시중은행장( KB·신한·우리·SC·하나·씨티·기업·NH·대구·부산)과 조찬간담회를 열어 기업 구조조정을 독려했다. 그는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많이 늘면서 기업부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선제 구조조정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계기업을 신속히 정리하는 한편 살 수 있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는 정확한 ‘옥석가리기’를 해 달라”고 말했다.

이수기·이태경 기자 retali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