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0억 적자 버틴 구본무 뚝심 … 이젠 배터리 1위 굳힌다

중앙일보 2015.10.28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27일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준공 기념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 공장에선 연간 18만대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쓰일 배터리를 생산한다. 왼쪽부터 류이안 난징시 상무부시장, 장레이 장쑤성 부성장, 구본무 LG 회장, 김장수 주중대사,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사진 LG화학]

 
기사 이미지
LG가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를 굳히기 위한 포문을 열었다.

구 회장 난징 공장 준공식 참석
PHEV 연 18만대에 쓸 제품 생산
“친환경 정책 맞물려 급성장할 것”

 LG화학은 27일 중국 난징(南京)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축구장 3배 이상의 크기로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5만 대 이상,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18만대 이상에 쓰일 배터리를 생산한다.

 권영수 LG화학 사장(전지사업본부장)은 “난징 공장을 가동하면 일본 AESC·파나소닉과 다투고 있는 세계 전기차용배터리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이날 준공식엔 구본무(70) LG 회장이 주요 경영진을 이끌고 직접 참석했다. LG 관계자는 “난징 공장은 2차 전지에 대한 구 회장의 20년 뚝심과 끈기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LG의 2차전지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1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회장이 영국 원자력연구원을 들렀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전기가 아나라 충전을 하면서 반복해 사용하는 전지를 접하고 개발을 지시한 게 LG와 2차전지의 첫 인연이었다. 구 회장의 의지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확대됐다.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을 설립해 개발을 독려했다. 다 잘되는 줄 알았다. 그러던 2005년 12월, LG화학의 실적 전망 보고서를 받은 구 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2차전지 사업에서 2000억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한참 사무실 창밖을 응시하던 구 회장은 “이 사업은 포기할 수 없어요. 우리 미래를 책임질 동력이란 말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끈질기게 해 보자고요.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오.”

 그로부터 불과 2년 후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에서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2009년엔 GM의 전기자동차 ‘볼트’(Volt) 용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LG화학은 글로벌 자동차업체 20여 곳과 계약을 맺고 배터리를 공급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현대·기아자동차, 포드·도요타·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같은 업체들이 협력자로 나섰다.

 이 와중에도 구 회장의 본격적인 사업 구상은 따로 있었다. 세계 소비시장의 ‘블랙홀’로 여겨지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2010년부터 LG화학은 중국 자동차업체들과 손잡았다. 그해 창안(長安)자동차를 시작으로 2011년 디이(第一), 지난해 중국 완성차 1위인 상하이(上海)자동차와 배터리 공급계약이 이뤄졌다. 올해에는 둥펑(東風)·창안(長安)까지로 협력사를 확대하며 중국 10대 자동차 생산업체 중 6곳에 배터리를 보내게 됐다.

 중국시장의 가능성은 각종 조사기관의 예측과도 맞아 떨어졌다. SNE리서치는 올 상반기 중국시장에서 출하된 전기차는 5만5328대로 미국(5만3944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IHS·B3은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현재보다 5∼6배 커진다고 봤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중국완성차업체들이 선진국에 밀리는 내연기관 경쟁 대신 전기차기술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중국정부의 친환경정책과 맞물려 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중국시장의 가능성은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테슬라는 ‘아시아 자동차 시장의 리트머스지’라고 평가되는 한국을 제쳐두고 중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지난해 4월 발을 들였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당시 “앞으로 3∼4년 이내에 중국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LG화학은 2020년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매출 1조5000억원(시장점유율 25%) 이상 달성을 목표로 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