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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걱정 끝 ‘행복’ 시작

중앙일보 2015.10.28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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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삼전행복주택에서 박춘희 송파구청장(왼쪽에서 첫째)과 이재영 LH사장(셋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넷째)이 신혼부부 입주자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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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7일 입주가 시작된 삼전지구, 삼전지구 주민 카페와 원룸 내부. [뉴시스]

27일 서울 송파구 배명고등학교 인근 주택가. 한강으로 이어지는 탄천 옆 언덕 근처에 ‘LH 삼전행복주택’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다른 주택가는 건물과 건물 사이가 2m 가 채 안됐지만 새로 지어진 이 건물은 다른 건물과 사이가 4~5m 가량 벌어져 한층 여유롭게 보인다.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은 행복주택이 이날 처음으로 집들이를 했다. 송파삼전지구(40가구)를 포함해 서초내곡지구(87가구)와 구로천왕지구(374가구)도 입주민을 맞았다.

송파삼전서 본 행복주택 입주 첫 날
청년층 주거 안정 위한 원룸형 지어
건물간 거리 4~5m로 분위기 산뜻
카페·스터디룸에 손님 위한 숙소도


 5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주하게 된 대학생 이민수(20)씨는 ‘편리한 교통’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이씨는 “10분만 걸으면 지하철역이다. 영화관이나 마트가 있는 잠실도 버스 한 번이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석촌역까지 직선거리는 2㎞가 채 안 된다. 2018년 3월에는 500m 안에 지하철 9호선 역도 생긴다.

 30년간 주변에서 부동산 거래를 했던 김영자(63) 공인중개사는 “동네가 깨끗해져 이웃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호박 밭이었던 이 지역은 5층 이하 연립주택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어서 낙후돼 보였다. 김씨는 “주차 문제 때문에 동네가 시끄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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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낙후된 주민 생활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6층 중 1~2층을 주차장과 주민 편의 시설로 채웠다. 편의시설에는 카페와 스터디룸, 회의실이 들어섰다. 친구나 가족이 방문하면 묵을 수 있는 공간인 게스트하우스(방문자 숙소)도 마련됐다. 관리소에 장부만 작성하면 20㎡ 원룸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주차 공간도 차량 23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신혼부부 오지혜(32)씨는 “방이 두 개여서 세 살 배기 아기를 키우기에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삼전행복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년 이상 된 다가구 빌라 6채를 사들여 100억원을 들여 1111㎡(331평) 부지에 6층 단일 건물로 신축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8~80% 수준으로 정해졌다. 보증금 규모에 따라 임대료는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대학생은 보증금 5062만원에 월 6만8000원, 보증금 3162만원에 월 16만3000원, 보증금 662만원에 월 24만6330원 세 가지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인근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을 내야 한다.

 청년 주거용에 맞도록 책상과 냉장고가 기본으로 붙어있다. 엘리베이터도 설치됐고, 고령자를 위해 해당 원룸의 문턱을 낮추고 손잡이를 복도에 설치했다. 깨끗하고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7월 청약에서 경쟁률은 최고 209대1에 달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행복주택정책과장은 “낙후된 지역을 정비해 젊은 층을 끌어오고 동네 분위기를 밝게 해 나비 효과처럼 경기도 살리자는 게 행복주택의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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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행복주택은 내년에는 서울 가좌(362가구), 서울 상계(48가구), 인천 주안(140가구), 고양 삼송(834가구) 등 전국 18곳에서 1만413가구를 모집한다. 2017년에는 2만 가구, 2018년부터는 매년 3만 가구 이상 모집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참여도 활기를 띄고 있다. 지자체나 각 지역도시공사가 시행한 행복주택은 지난해 2535가구(7곳)에서 올해는 9618가구(33곳)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시청 앞 금싸라기 땅에 행복주택 2000가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3.3㎡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부산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인근 땅에 행복주택을 지어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청년층에 공급될 예정이다.

 10년 전 군부대 이전으로 버려졌다가 지금까지 사용처를 찾지 못한 시청 앞 땅을 행복주택으로 개발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부경대 건축과 학생인 최이현(21)씨. 최씨는 “부산도 대학 인근 월세가 50만원 이상 하는데 절반 가격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호 부산시 주거관리팀장은 “부산 청년층이 취업 문제로 외부로 많이 빠져 나가는데 주거 환경을 개선하면 인구 유입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행복주택 사업에 참여하면 국민주택기금으로부터 연 1% 금리로 30년 거치, 15년 상환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가 직접 행복주택을 시행하면 금리 2%로 적용 받는다”며 “지금까지 국토부 사업상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지자체 참여를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행복주택이 전세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구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이 전세난을 헤쳐 나가는데 행복주택이 유일한 언덕이 될 것”이라며 “아파트 형태 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활용한 다양한 행복주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룸뿐 아니라 투룸 등으로 규모를 키워야 실질적인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한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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