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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8·25 남북 합의의 불씨를 살리려면

중앙일보 2015.10.27 00:23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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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
건국대 명예교수

한반도포럼과 평화 오디세이가 최근 학술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극복해 항구적이며 안정적인 평화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모처럼 도달한 8·25 남북 합의의 불씨를 잘 살려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남북 관계 개선 로드맵을 주문했다.

 우선, 남북 합의에 의거해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대북 인도적 지원이 투명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규모 인도적 지원은 민족동질성 회복과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긴요한 조치다.

 셋째, 남북 당국 간 합의에 의해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사회경제적 교류 협력 활성화로 상호의존도를 높여 평화와 통일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남북 군사회담을 개최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무력분쟁 종식을 추구하는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와 신뢰 구축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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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기존의 남북 합의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소위 ‘남북 기본조약’이나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한다.

 ‘남북 기본조약’은 유엔 동시 가입국가로서 남북한이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흡수통일-적화통일 방안을 포기하는 1단계 평화공존을 규율하고, 2단계 평화통일(화해·평화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을 규정하는 규범체계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북한의 비핵화는 일방적 압박이나 대북 제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면 경제 지원을 할 것을 취임 이래 반복해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대북 경제 협력과 지원은 한반도 평화기반 조성에 필요한 조치이지만 경제 지원만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없다.

 북한이 핵무장의 근본 명분으로 내세우는 소위 미국의 적대시 정책 등 북한의 체제 안보 우려 해소방안이 마련될 때 비로소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애틀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 카드를 제시했다. 최근 북한은 ‘핵·군비 경쟁 종식’을 위한 북·미 간의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핵보유국 입장에서 군축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의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평화협정에 앞서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는 서로 연계해 포괄적·단계적·동시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은 전쟁과 정전협정의 주요 당사자인 남북한, 미국, 중국 4개국이 주체가 돼야 한다. 평화협정 체결의 선행 조건으로는 남북 간의 무력도발·충돌이 종식되고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포함한 신뢰 구축이 이뤄지면서 평화상태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평화협정은 비핵화 과정과 더불어 시작해 그 완성 단계에서 체결돼야 한다. 남북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미군은 한국전쟁의 재발을 억제하고 나아가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위상을 재정립해 계속 주둔해야 한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체제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긴요한 조치다. 북한이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복귀하고 2·13 합의의 보완·이행에 들어가면 각종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 더불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북·미 관계도 개선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는 비핵화 완성 단계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다. 북한은 유엔헌장 존중 등 국제적 규범을 준수해야 북·미 수교가 용이해질 것이다.

 평화협정과 북·미 관계 개선 및 정상화는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라는 근본적 요구를 충족하면서 한반도의 비핵 평화를 실현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6자회담 또한 북한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단계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하는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다자안보기구로 격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다.

 요컨대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 관계 개선의 바탕 위에서 비핵화와 연동해 ①평화협정 ②북·미 관계 개선 및 정상화 ③다자안보 평화기구로 구축될 수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방치됐던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 두 정상이 중국 등 관계 당사국과 공조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로 한 것은 박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다. 그러나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한국은 미·중 등 관련 당사국들과 협력해 소위 진입장벽을 낮추고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뿐만 아니라 일본·러시아 등과도 협력해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한 평화협정 체결 및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을 통한 평화체제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9·19 및 2·13 합의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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