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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매달 200만원 갚아라"노예같은 생활한 20대

중앙일보 2015.10.25 15:42
 

“마흔세 살이 될 때까지 매달 200만원씩 내라.” “임신 시키고 유산시켰으니 보상금 300만원을 내고 대신 일을 하라.”

인터넷 게임을 통해 만난 20대 남성을 감금·협박·폭행하고 2년여 동안 노예처럼 부리며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빼앗아온 30대 부부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2012년 중순 인터넷 게임에서 한 여성과 만나 사귀면서 성관계를 하게 된 김모(25)씨. 하지만 같은 해 11월 사귀던 여성 김모(33)씨가 돌변했다. 남편 송모(36)씨와 함께 나타나더니 피해자 김씨를 마구 때렸다. 송씨는 “내 아내와 성관계 가진 사실을 당신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김씨를 노예처럼 부렸다. 매달 급여 중 생활비만 빼고 나머지를 모두 자신들 계좌에 입금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그해 11월 70만원을 시작으로 2013년 5월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2040만원을 빼앗았다.

2013년 6월에는 김씨가 돈을 주지 않고 도망치자 김씨 거주지인 경기도 수원시 일대를 돌아다니며 기어이 김씨를 찾아낸 뒤 자신들이 거주하는 충남 논산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 뒤 “왜 도망갔느냐”며 쇠파이프와 구두·우산 등으로 김씨를 수차례 때리고 감금했다.

김씨가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불륜 사진도 조작했다. 송씨는 김씨가 자신의 아내와 성행위 자세를 취하도록 한 뒤 이를 촬영했다. 이를 빌미로 김씨에게 ‘나(김OO)는 김OO(피의자)에게 마흔세 살이 될 때까지 매달 200만원씩 갚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했다.

또 김씨에게 정해진 시간에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록 강요했다. 휴대전화에 게임 앱을 설치하게 하고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 30분 간격으로 게임 스크린샷을 보내라고 협박했다.
지난해 6월에는 김씨의 옷을 모두 벗겨 가족의 주민번호와 이름 등을 말하며 춤추게 한 뒤 이를 촬영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파렴치한 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내 김씨가 피해자와 성관계로 임신했다가 유산됐다며 정신적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빼앗았다. 또 유산으로 일을 못하게 됐으니 대신 취직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협박해 지난해 11월까지 33차례에 걸쳐 2500만원을 뜯어냈다. 김씨에게 “가족들이 사는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해 1000만원을 대출받게 한 뒤 이를 빼앗기도 했다.

김씨의 노예 같은 생활은 김씨가 지난해 말 경찰에 신고하면서 끝이 났다. 1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 대해 “2년에 걸쳐 피해자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억압하고 공갈·강요한 것으로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1년씩을 선고했다. 이에 송씨 부부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수원지법 형사7부는 25일 “피고인들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다가 객관적인 증거들로 사실 관계가 밝혀지자 비로소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 사실 관계를 왜곡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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